비둘기파로 변신한 연준…위험자산 선호 심리 확대

내년 금리 인하 시사하면서 시장 완화 기대감 부추겨
다우존스30 2년 만에 경신…S&P)500 지수도 고점
비트코인도 4만달러대 유지…'인플레 회복 지연 우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1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연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내년에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불을 붙였다. 연준이 금리를 늦게 내리는 것의 위험성을 인지한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완화 기대감을 부추겨 주식, 가상화폐 등이 급등하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연준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현재의 5.25∼5.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과 11월에 이은 세 차례 연속 동결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긴축 중단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의 정책 변환을 예고하면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약 2년 만에 전고점을 돌파하는 등 증시가 강세를 나타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지수는 전날보다 512.30포인트(1.40%) 오른 3만7090.24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3만70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 1월 4일의 고점 기록(장중가 기준 3만6934.84)을 약 2년 만에 경신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성명서, 기자회견 내용이 예상보다 더 비둘기적이었다”며 “이번 FOMC 회의는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이제 완화를 논의할 수 있는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의미가 크며, 위험자산 가격에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63.39포인트(1.37%) 오른 4707.09에 마감해 지난해 1월 이후 약 2년 만에 4700선에 오르면서 전고점에 다가섰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0.57포인트(1.38%) 뛴 1만4733.96에 거래를 종료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가상화폐 시장도 탄력받아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4% 넘게 상승한 4만3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3% 넘게 상승해 2200달러 대를 유지하고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시장 관점에서 주식이든 채권이든 과열에 대한 대비는 해야 겠지만, 일단은 미국 통화정책발 메시지는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특히 달러 약세를 동반한 환율 하락은 연말 연초 위험자산 시장을 들여다보고 기회 삼을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로 회복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봤다.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내년에 2.4%, 2025년엔 2.1%로 낮아지면서 2026년에는 목표치인 2.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책금리 동결은 예상된 수준이었으나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금융시장은 비둘기파적으로 평가하면서 금융시장 내 위험 회피 성향이 완화됐다”면서도 “다만,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로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질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이 확대되면서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봤다. 그는 “이 경우 예상보다 서비스나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둔화가 제한적일 수 있고, 내년 상반기엔 물가를 낮추는 기저효과가 약화된다는 점도 시장 기대보다 물가 둔화 속도가 점진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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