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구 1500만 시대] 이기재 회장 “펫산업 성장 위해 ‘전문 브리더 육성’ 필요”

2027년 반려동물시장 규모 6조 돌파
동물 보호 움직임 과잉 규제로 번져
정부, 브리더 육성법 제정 통해 지원해야
포럼 등 활성화로 펫산업 성장 도와야

사단법인 한국펫산업연합회 이기재 회장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늘어나면서 펫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관련 시장이나 산업을 일컫는 펫코노미(Pet+Economy), 펫산업과 기술을 접목하는 펫테크(Pet+Tech) 등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급격한 상승세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에는 펫산업이 단순히 반려동물 사료나 간식을 제조하는 것에 그쳤다면, 현재는 백화점이나 호텔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등 산업 자체가 전방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수는 602만 가구, 반려인은 1500만명에 달한다. 관련 산업도 각광받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1조9000억원에 머물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7년 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를 인지한 정부도 지난해 반려동물 연관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도 이러한 산업 동향에 집중하고 있다. 1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펫가구 1500만 시대 : 펫코노미 성장과 우리의 삶’을 주제로 ‘2024 월드펫포럼’을 개최한다. 성숙한 반려 문화를 위한 펫 전문가 양성 방안과 지속가능한 펫코노미를 위한 산업의 방향성 및 활성화 방안을 짚어본다. 

 

포럼의 축사로 나서는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장을 미리 만나 펫산업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사단법인 한국펫산업연합회 이기재 회장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펫산업의 부흥을 위해선 반려인구 증가가 필수적이고, 이에 따라 전문 브리더 육성이 꼭 필요하다.”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장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사업 현황을 진단하고 내놓은 말이다.

 

11일 여의도 소상공인협회에서 만난 이기재 회장은 “국내 펫산업이 성장 초기에 진입했다. 관련 육성법을 제정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35년이라는 세월을 반려동물 산업에 몸담아 왔다. 장인어른이 운영하던 금붕어 양봉장을 도운 것이 시작이었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반려동물에 관심을 가진 이 회장은 그동안 펫산업이 어떻게 변하고 발달했는지 관찰했다.

 

그는 현재 국가가 펫산업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선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감정적인 입법’이 많았다”며 ‘한국판 루시법’을 언급했다.

 

루시법은 영국의 한 번식장에서 평생 번식만 하다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된 모견의 이름을 따 제정된 법이다. 영국은 이를 계기로 6개월 미만령인 어린 반려동물의 판매를 금지했다. 전문 브리더에 의해 번식된 2개월 이상의 동물은 어미와 함께 있는 상태에서 직접 대면에 의해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 21대 국회도 기존 2개월 미만의 개·고양이 판매 금지 조항을 6개월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 등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냈다. 단, 후속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 개정안은) 국회 만기에 따라 폐기수순을 밟겠지만, 반려동물의 생태적인 특성을 모르고 발효된 내용”이라며 “강아지의 사회화 시기는 5개월 안에 만들어진다. 그 안에 대소변 훈련, 가족과의 유대감이 형성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미 성격이 확립된 6개월 이상의 성견만 입양하라는 건데, 반려동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단법인 한국펫산업연합회 이기재 회장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동물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과잉 규제로 번져 산업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는 견해다. 이 회장은 정부가 주도해서 전문 브리더를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 냈다. 

 

그는 “펫산업 관련 자격증이 미용, 보건, 간호, 훈련사 등 다양한데, 브리더에 대한 육성책은 여전히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전체 가구당 56%에 달하는 영국이나 60%를 차지하는 미국 등 선진국은 전문 브리더가 도심 중심으로 잘 발달해 있다”며 “펫산업은 키우는 인구가 많아야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생긴다. 정부가 반려동물 산업 육성법을 만들어 브리더가 좋은 시설에서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펫산업연합회장직을 맡은 지 햇수로 6년째인 이 회장은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의 생계 보호를 우선시한다. 때문에 모든 게 디지털화되는 시대 흐름이 그에겐 달갑지 않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의 온라인 쇼핑 비중은 세계 1위다. 미국이나 유럽은 총 소비에서 온라인 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인데, 우리나라는 60% 정도”라며 “이는 골목상권뿐만 아니라 온라인에 진출한 소상공인도 힘들게 한다. 대기업 보다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사업하기가 어렵다. 과거 펫숍에 사료, 용품 등을 납품했던 브랜드 제조업자, 수입업자들이 온라인에서 직판매를 하면서 시장 구조가 변해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최저가 경쟁 구도가 온라인을 활성화시켰다”며 “지금은 쿠팡이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만약 다른 업체에서 더 저렴하게 판다고 한다면 그쪽으로 기울 것이다. 결국에는 오프라인 시장과 소상공인 모두 사업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업계가 단결해 산업의 특성을 알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개최하는 ‘2024 월드펫포럼’을 반겼다. 그는 “이를 계기로 더 많은 펫포럼이 열리고, 우리나라 펫산업이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나아가 관련 시장에 몸담고 있는 골목상권과 소상공인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윤택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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