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국내 원·달러 외환시장의 거래시간이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로 연장된다. 연장되는 우리 외환시장 거래시간은 글로벌 금융중심지인 영국 런던 금융시장 거래시간을 모두 포괄하는 시간대다. 현재 외환 거래는 오후 3시30분에 끝난다.
1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시장 개장시간 연장 조처를 통해 한국 주식·채권 등을 거래하고자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시간 오후 3시30분 이후에도 새벽 2시까지 국내 금융회사 또는 주로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RFI) 26곳을 통해 미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할 수 있게 된다.
국내 투자자들도 환전 편의성이 높아진다. 야간에 미국 주식·채권을 매수하는 등 해외 자본시장에 투자할 때 임시환율(가환율)이 아닌 실시간 시장환율로 자유롭게 환전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외환시장 종료 이후 미국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환전을 할 경우, 시장환율보다 높은 가환율로 1차 환전되고 다음날 외환시장 개장 이후 실제 시장환율로 정산이 이뤄졌다.
국내에서 영업하거나 해외에 진출한 수출입기업 역시 외환·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발빠른 대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야간시간대 발표되는 주요국 경제지표 등이 즉각 반영된 실시간 환율로 적시에 환전함으로써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 발생 위험을 관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 조처가 2주 앞으로 다가오자 국내 외환시장 참가자들도 비상체계에 돌입했다. 주요 외국환은행, 증권사, 외국환중개회사 등은 오후 3시30분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외환거래 연장시간대에 결제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야간에도 근무할 계획이다. 주요 금융회사들은 런던 등 해외에 지점 또는 사무소를 새로 설립하거나 외환거래 전담 인력을 파견한다.
외환당국은 연장시간대에 적정 유동성이 형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외환시장 참가자 및 거래시간 확대가 지나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장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시장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야간시간대 환율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적기에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하는 등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야간데스크 운영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영업을 촉진해 금융 선진화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