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열풍은 인공지능(AI)을 친숙한 존재로 인식시켰다. 그러면서 또 다른 과제를 낳았다. “어떻게 해야 AI를 잘 활용할 수 있을까?”
트렌디어(trendier)는 AI 기반 뷰티&헬스 트렌드 분석 플랫폼으로 K뷰티 기업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까지 전 세계 30여개 이커머스 채널에서 쏟아지는 11억건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트렌디어 고객사는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상품을 개발한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천계성 트렌디어 대표는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대규모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빅모델 전략, 물량 공세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금은 빠르게 변하는 시장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렌디어의 주요 고객사로는 아마존, 올리브영, 쿠팡 등 국내외 유통사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대형 브랜드사·제조사가 있다. 최근 해외에서 급성장 중인 인디 브랜드도 트렌디어를 찾고 있다. 코스알엑스, 티르티르, 라운드랩, 어뮤즈 등이다. 트렌디어가 2022년 세상에 나온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트렌디어는 간편하고,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를 전달한다. 천 대표는 “경쟁사의 소구(소비자 구매의욕) 포인트와 판매 순위 변화, 소비자들의 긍정·부정 리뷰를 파악하는 것은 브랜드 전략 수립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라며 “트렌디어는 AI를 활용해 클릭 한 번으로 분석 리포트를 자동 생성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11억개 상품에 대한 리뷰와 반응을 365일 자동 수집·분석하고 연간 4000억건 이상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일부 대기업만 접근할 수 있던 시장 분석 서비스를 더 저렴한 가격으로 중소기업까지 대상을 넓혀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디어는 2023년 11월 구독 서비스 ‘트렌디어 라이브러리’를 선보였다. 매달 100건 이상의 리포트와 뉴스레터를 통해 주요 국가와 카테고리별로 급성장하는 시장 트렌드 정보를 제공한다. 자체 구축한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해 국가별, 트렌드 주제별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류해준다. 고객사 요청에 따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리포팅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편의성을 앞세워 트렌디어 라이브러리는 론칭 6개월 만에 국내 2000개 이상의 사업자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고객사들은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 영업까지 전 과정에 트렌디어의 AI가 도출한 뉴스레터와 리포트를 활용한다. 천 대표는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제조사·원료사에서는 고객사 제안을 위한 근거자료로 트렌디어 리포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올리브영, 쿠팡, 아마존 등 이커머스 채널에서도 국내외 트렌드 파악을 위해 트렌디어 자료를 참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렌디어는 유통사와 제조사, 원료사 등 파트너사의 최신 성공 사례를 제공하는 ‘트렌디어 파트너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스몰 브랜드의 담당자는 손쉽게 시장 파악을 위한 스터디를 할 수 있고 파트너사는 네트워크를 확장해 잠재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천 대표는 “시장별로 글로벌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는 뷰티 주제가 다양하다”며 “피부의 수분을 공급하고 피부 장벽을 케어하는 미국의 ‘스킨 플루딩’ 트렌드, 따끔하지만 피부를 개선해주는 일본의 ‘이타이 코스메’ 트렌드, 동남아에서 사랑받는 ‘여드름 패치’ 트렌드 등이 그 예시”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뷰티&헬스 트렌드는 트렌디어가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웨비나(웹+세미나)와 컨퍼런스를 통해 공유되기도 한다. 트렌디어는 또한 국내 전시회와 글로벌 행사들의 공식 파트너사로 참여해 업계의 트렌드를 제시하고 행사를 함께 홍보하는 업무도 진행한다.
이 회사는 최근 대화형 AI 서비스 ‘트렌디어 AI 어시스턴트’를 선보이며 또 한번 도약을 노리고 있다. 천 대표는 “트렌디어 AI 어시스트는 챗GPT나 구글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카테고리별 세부 시장 정보를 AI가 간단한 명령어로 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리포트로 생성해준다”며 “이를 위해 최신 생성형 AI 모델을 기반으로 연간 4000억건 이상의 다국적 이커머스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학습시키는 ‘파인 튜닝’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일본 큐텐(Qoo10) 소비자들이 한국 스킨케어 제품에 대해 가장 많이 언급한 성분 키워드는?’ 또는 ‘상반기 미국 아마존에서 가장 떠오른 선케어 아이템 10개는?’ 등을 질문하면 구체적인 시장 데이터와 차트를 포함한 업무용 리포트로 자동 생성한다.
트렌디어는 해외 시장에서 K뷰티의 약진, 특히 중소 브랜드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천 대표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우리나라 화장품류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02% 증가했다”며 “해외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내는 K뷰티 성공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소개될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의 모 중견 제조사에서 트렌디어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성장을 했다는 피드백을 듣고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중장기 목표를 묻는 질문에 천 대표는 “올해는 K뷰티 트렌드를 데이터로 해석해 100개국 이상의 글로벌 시장에 알릴 계획으로 글로벌 컨퍼런스, 파트너사 협업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 회사의 비전은 전 세계 중소 브랜드의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돕는 ‘코파운더 AI’가 되는 것”이라며 “리소스가 부족한 스몰 브랜드에서도 활용하기 쉬운 정보 사용성과 10개 언어 이상의 다국어 시장을 분석할 수 있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대표적인 트렌드 AI 솔루션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