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삼성전자의 인도 공장에서 시작된 노동자들의 무기한 파업이 나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노동조합과 삼성전자 경영진, 주정부는 지난 12일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 남부 첸나이 인근 스리페람부두르에 위치한 삼성전자 생산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지난 9일부터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이 공장은 삼성전자의 냉장고, 세탁기, TV를 만드는 곳이다. 고용 규모는 약 1800명이다. 인도노동조합센터(CITU)에 따르면 이 중 1500명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공장 밖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결성된 '삼성인도노동조합(SIWU)'은 사측에 임금 및 교대수당 인상, 일일 7시간 근무 시간(현재 9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두 곳의 공장을 두고 있다. 2007년에 설립된 스리페룸부두르 공장은 가전제품을, 뉴델리 인근에 소재한 노이다 공장은 스마트폰을 제조한다. 이 밖에 노이다·벵갈루루·델리 연구소, 삼성 디자인 델리, 구루그람 판매법인을 비롯해 20만곳이 넘는 리테일스토어를 두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인도 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현지 시장 점검 차원에서 인도 뭄바이를 방문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스리페룸부두르 공장의 생산량은 삼성전자의 인도 내 연간 매출(120억달러) 중 약 20~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지난 10일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9일) 다수의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아 공장의 일일 생산량이 약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노조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삼성전자 인도법인 대표 겸 서남아총괄인 박종범 부사장이 사태 해결에 나설 거란 보도도 나왔다. 박 부사장은 2022년 12월 인도법인 대표로 발탁된 인물이다. 로이터는 "이번 주에 회사의 박 부사장이 고위 관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