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꾸준히 낮추는 가운데 투자 포트폴리오 내 10대 그룹 주식 비중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SK그룹 등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우량주마저 대거 매도했다. 국민연금이 비중을 줄인 상장사는 주로 계열사 합병, 총수 일가 리스크 등 논란이 이어진 곳이 많았다.
3일 재벌닷컴이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의 ‘국내주식투자현황’ 최근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자산군 내 10대 그룹 상장사에 대한 투자 비중은 2020년 말 67.51%에서 지난해 말 64.96%로 하락했다. 3년 새 2.55%포인트나 감소한 것이다.
해당 기간 투자 비중이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삼성그룹이었다. 삼성그룹 상장사가 국민연금 국내 주식 투자액 중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말 38.7%에서 33.05%로 5.65%포인트 급감했다. 삼성그룹 내 상장사는 17개사로 10대 그룹 중 두 번째로 많다. 삼성그룹에서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2020년 말 10.69%에서 지난해 말 7.28%로 3.41%포인트 낮아졌다.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생명 등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이 큰 계열사를 포함해 삼성전기, 삼성E&A, 삼성화재, 삼성증권, 호텔신라 등 17개 상장사 중 11개사의 국민연금 지분율이 하락했다.
SK그룹의 비중도 3년 새 9.41%에서 8.99%로 0.42%포인트 줄었다. SK그룹은 상장사가 21개사로 10대 그룹 중 가장 많다. SK그룹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지주사인 SK의 경우 8.24%에서 7.04%로,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도 3%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SK그룹은 최근 주요 계열사 간 합병비율 산정의 적정성 논란과 최태원 회장 개인의 이혼소송 이슈 등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밖에 롯데그룹의 비중은 같은 기간 1.02%에서 0.98%, GS그룹은 0.5%에서 0.43%로, 농협그룹은 0.18%에서 0.13%로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주가 상승 폭이 컸던 현대차그룹과 포스코, 한화, LG, HD현대 등은 투자 비중이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주가 상승과 계열사 신규 상장에 따른 것으로, 국민연금은 주가 상승기 이들 그룹 핵심 상장사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결과 지분율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의 지분율은 해당 기간 3%포인트 안팎 하락했다.
동일 기간에 LG그룹 역시 지주사인 LG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전자 등 11개 상장사 중 7곳의 국민연금 지분율이 낮아졌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핵심 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11.75%에서 6.38%로 무려 5.37%포인트나 줄었다. 또 한화, HD현대중공업 등 핵심 기업의 국민연금 지분율도 하락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