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산업부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이 반도체 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선 과감한 혁신과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기술 혁신 가속화,인프라 선제 확보,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 등을 비롯해 실질적인 산학연정(産學硏政) 협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개최한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 특별대담에서 역대 산업부 장관들과 함께 한국의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점검했다.
우선 반도체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대담에서 "반도체산업에 대한 지원을 단순히 개별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봐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 중국, 일본이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것은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대 군사 기술의 90% 이상이 반도체 기술에 의존하는 등 반도체 산업은 국가 안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간 영역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인프라 마련 등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은 “기업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경영 판단 및 기민한 대응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특히 민간이 할 수 없는 인프라(전력·용수 등)와 인력 확보에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노력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인력, 자금력, 전력, 데이터 4가지 필수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2030년경에는 현재 발전용량(2023년 기준 약 144GW)의 50% 이상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며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시대의 기술 혁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전 장관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AI의 엄청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저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이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지원이 시급하며 AI 관련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 조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육성은 물론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통해 마련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미국, 중국 및 일본은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자국 기업과 현지 투자 기업에 제공해 기술 혁신 및 선점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인공지능(AI) 등 첨단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싸움에서도 패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미국 등 주요국처럼 보조금 지급이나 직접환급제도와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