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탔지만... 조선업 호황의 명과 암

전남 한 조선소에서 기능인력이 작업을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조선업이 불황의 터널을 지나 올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올라타면서 국내 조선 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올해 3분기 나란히 흑자를 기록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3분기 영업이익으로 3984억원을 거뒀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이 이 중 2061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삼성중공업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119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화오션도 3분기 256억원의 흑자를 냈다. 지난 분기 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1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4분기 이변이 없다면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연간 기준 동반 흑자를 달성할 전망이다.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연간 동반 흑자를 기록한 건 2011년이 마지막이다.

 

 조선업 호황 속에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한 선별 수주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현재 최소 3년 치 일감을 쌓아놓은 상태다. 

 

 하지만 국내 조선 3사는 호실적 행진에도 활짝 웃지 못하고 있다. 일감은 쌓이는데 일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조선사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조선해양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내놓은 ‘2023년 조선해양산업 인력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대형 조선소의 총 고용 인력은 지난 2022년 말 기준 9만6254명으로 2014년 20만3441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급감했다. 불황기 조선소를 떠난 인력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조선사들은 기간제·외국인 근로자를 투입하면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조선 빅3의 올해 상반기 기준 외국인 근로자 수는 1만7900명으로 지난해 말 1만5200명보다 2700명(17.8%) 증가했다. 기간제 근로자도 올해 4130명으로 지난해 2913명보다 1217명(41.8%) 급증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약 1000만 CGT(표준선 환산톤수)에 달하는 국내 적정 생산량을 고려할 때 조선업계 인력 부족은 올해부터 연평균 1만2000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2027년부터는 13만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숙련 인력이 숙련 인력의 빈자리를 채우고, 납기에 맞추고자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면서 산업재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올해 조선업에서 2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업 현장에서 잇달아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이와 관련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경영인들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지만 여전히 일손이 부족하고 특히 숙련공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인력 부족은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고, 산재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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