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외신들은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을 모면할 수 있었던 건 보수당인 국민의힘이 보이콧했기 때문으로 보수 세력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8일 “많은 한국 국민이 명백한 쿠데타 시도에 여전히 충격을 받은 상태인데도, 63세의 윤 대통령은 보수 국민의힘이 (탄핵안 투표를) 보이콧하며 결국 살아남았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를 ‘셀프쿠데타’, ‘자가쿠데타’ 등으로 표현하며 보도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진행된 윤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에 여당인 국민의힘이 불참하며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이를 두고 FT는 “국민의힘의 퇴장은 향후 며칠 동안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더 많은 시위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긴급체포와 현재 진행 중인 계엄 관련 수사도 언급했다.
미국 언론 CBS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집권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면서도 “(국민의힘은) 진보 진영에 대통령직을 잃을 것이 두려워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기로 결심한 것이 명백해 보인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여당이 투표를 보이콧하면서 한국 대통령은 탄핵을 피했다’는 기사에 “대통령 탄핵 시도가 무산된 것은 한국을 뒤흔든 정치적 혼란은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실었다.
FT는 이날 보도에서 “세계 많은 나라에 한국은 위대한 현대 정치·경제 성공담 중 하나”라며 “하지만 지난주의 사건은 1980년대 잔혹한 독재의 시기와 그에 따른 민주주의 전환이 여전히 한국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연설에서 자유를 39번이나 언급할 정도로 자신을 자유민주주의의 강력한 지지자로 소개했다”고 더했다.
FT는 ‘종북’, ‘범죄자 집단의 소굴’, ‘피를 토하는 심정’ 등 윤 대통령이 언급한 부분을 두고 “많은 이들은 계엄 선포에 담긴 언어가 눈에 띄게 구시대적이고 거칠다고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CNN은 “실패한 (계엄)시도는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며 “(윤 대통령 대국민 사과 이후) 대통령 압박은 거세졌고 시위대와 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고 여당과 군부 내부에서도 지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