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가계부채 총량 관리 등으로 가계대출 고삐를 쥔 시중은행들이 대출 규제를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해가 되면 새로운 대출 한도가 적용되고, 대출 실수요자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면서 은행이 내년 1월부터 대출 문턱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내년 1월부터 가계대출 규제 중 일부를 완화할 방침이다. 현재 1억원으로 제한된 주택담보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를 확대하거나 폐지하는 방안, 지난 8월 중단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다시 시행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보험 적용이 다시 이뤄지면 서울 지역의 경우 5000만원 이상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주로 실수요 수요가 높은 대출상품부터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NH농협은행도 오는 30일부터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4개 상품(NH직장인대출V·올원 직장인대출·올원 마이너스대출·NH씬파일러대출)의 판매를 재개한다. 또 내년 1월2일부터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다시 판매한다.
신한은행은 이미 17일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다. 대출실행은 내년 1월2일부터다. MCI 취급과 대출 모집인 접수도 재개한다. 전세자금대출은 신규 분양 물건지(미등기) 취급을 재개한다. 신탁 등기 물건지는 제외된다. 1주택 보유자 전세대출 취급도 재개한다. 신용대출은 내년 2일부터 소득 대비 한도율 제한(연소득 100% 내)을 해제한다. 비대면 대출도 재개한다.
하나은행도 지난 12일부터 내년 1월 이후 실행 예정인 비대면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판매를 재개했다. 우리은행 역시 23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등 비대면 부동산 금융상품 8종의 판매를 재개한다.
한국은행의 2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 이후 대출금리는 조금씩 내려가는 추세다. 5대 은행 주담대 고정금리는 지난 20일 기준 3.46~5.86%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11월29일) 기준 3.54~5.94%와 비교해 하단과 상단이 0.08%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734조224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733조3387억원에서 이달 들어 8854억원 늘어났다. 5대 은행의 월별 가계대출 증가폭은 4월 4조4346억원, 5월 5조2278억원, 6월 5조3415억원, 7월 7조1660억원, 8월 9조6259억원까지 급증세를 나타냈다. 이후 9월 5조6029억원으로 둔화했고 10월 1조1141억원에 이어 지난달 1조2576억원으로 2개월 연속 1조원대로 내려갔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