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스캠 범죄 대응을 강조하며 필리핀 정부에 ‘텔레그램 마약왕’으로 불린 한국인 범죄자의 임시인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4일 필리핀 마닐라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최근 대한민국의 부동산 값이 꺾이듯 한국인을 상대로 한 스캠 범죄 피해도 꺾이고 있다”며 “대한민국 사람을 건드리면 패가망신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앞으로도 범죄 조직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외 동포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치안 문제”라며 “초국가 범죄로 인한 한국 내 국민 피해는 많이 줄었지만 필리핀 현지 교민 피해는 계속 늘어나는 것 같다.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전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인 범죄자에 대한 임시인도를 요청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인 3명을 살해하고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돼 있으면서도 텔레그램을 이용해 한국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박왕열’이라는 사람이 있다”며 “한국에서 이 사람을 수사해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르코스 대통령도 이른 시일 안에 적극적으로 검토해 시행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박왕열은 이른바 ‘텔레그램 마약왕’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2022년 10월 필리핀 당국에 검거돼 징역 60년형을 선고받고 현지 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2015년 필리핀에서 발생한 고(故) 지익주 씨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해서도 “범인을 빨리 잡아달라고 요청했고 마르코스 대통령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며 “대한민국도 체포에 역량을 투입할까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필리핀은 ‘코리안 헬프 데스크’라는 한국인 보호를 위한 특별 조직을 운영하며 한국인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필리핀밖에 없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와 함께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도 참석, 핵심광물·에너지·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경제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16~19세기 세계 교역을 연결했던 ‘마닐라 갈레온’을 언급하며 양국 협력의 상징성을 강조한 뒤, 니켈·코발트 등 핵심광물을 기반으로 한 조선·전기·전자 산업 협력과 원전·태양광 등 에너지 분야 협력 의지를 밝혔다.
또 필리핀 인프라 현대화 사업에 참여 중인 한국 기업들의 역할을 언급하며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을 당부했다. 또 신규 원전 협력과 조선 인력 양성, 핵심광물 개발, 식품·웰니스·의료용품 유통 등 총 7건의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이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을 마치자마자 이날 귀국 후 5일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해 이란 전쟁 여파 대응에 나선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