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코스피가 9일 한때 9% 가까이 급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 전반에 충격이 미치고 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33.00포인트(5.96%) 내린 5251.87로 장을 마쳤다. 5.72% 내린 5265.37로 출발한 지수는 오전 11시 5분에는 8.75% 급락한 5076.16까지 밀렸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일부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다. 개장 직후부터 과도한 급락세가 나타나면서 오전 9시 6분 2초에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 조처가 발동돼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됐다. 이어 오전 10시 31분에는 지수가 전장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로 1분간 지속되자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마저 발동됐다.
비슷한 시각 코스닥 시장에서도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을 정지하는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고, 발동 시점 당시 코스닥150선물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129.30포인트(6.27%) 하락한 1930.00이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조2049억원과 1조5332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면 개인은 저가매수 기회로 인식한 듯 홀로 4조6255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지수도 최종적으로는 52.39포인트(4.54%) 내린 1102.28로 하루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주 코스피가 10.6% 급락하는 동안 코스닥 낙폭이 3.2%에 그치는 등 중동발 불확실성에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날은 충격 강도가 그렇게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주 코스피에서 코스닥으로의 '머니무브'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둬 왔지만 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차별성이 크게 나타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이 증시 급락의 주된 배경이 됐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6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국제유가 급등과 고용 지표 충격에 일제히 하락했는데, 그 이후에도 국제유가가 꾸준히 치솟다가 100달러 선 위로 치솟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여타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55지수는 5.20% 내린 52728.72, 대만 가권지수는 4.43% 내린 32100.42로 거래를 종료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각각 0.69%와 0.72% 떨어졌고, 홍콩 항셍지수는 한국시각 오후 4시 7분 현재 1.84%의 하락률을 보인다.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못해 유가 고공행진이 지속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금융시장의 연쇄적 버블 붕괴로 이어지며 주식시장이 추세 하락으로 전환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서킷브레이커가) 한 달에 2번이나 발동된 적은 팬데믹 당시인 2020년 3월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그만큼 시장참여자들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