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중·일을 비롯한 5개국을 향해 세계 에너지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사실상 요구했다. 이란이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등 선박 통행 정상화를 위해 동맹국 등에 파병을 요구한 것으로 해당국들의 결정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SNS를 통해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미 이란의 군사 능력을 100% 파괴했지만, 그들이 아무리 심하게 패배했더라도 이 수로의 어딘가에 드론 한 두기를 보내거나, 기뢰를 떨어뜨리거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며 “바라건대,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인위적인 제약(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도 이곳으로 함정을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글의 첫 문장은 여러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낼 것이라는 의미지만, 한국 등을 파견 대상국으로 지목한 문장에선 ‘바라건대’라는 전제를 단 만큼 아직은 요구 수준인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기간 이스라엘이 아닌 제3국에 대 이란 군사작전 동참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세계의 국가들’을 언급한 것은 한국을 비롯해 중동으로부터의 원유 도입량이 많은 나라가 호르무즈 해협 상선 통행 관리의 주된 역할을 맡고, 미국은 그것을 지원하겠다는 분석이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일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호르무즈 해협 상황과 관련해 “방어적인 호위 임무를 수립하는 과정이며, 이는 유럽과 비유럽 국가가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로이터에 “우리는 현재 이 지역의 선박 운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들을 우리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정부 차원의 파병 논의가 구체화한다면, 현재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의 역할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성급하게 청해부대 파병을 결정하기보단 일본 등 주변국들의 동향을 먼저 파악한 뒤에 국회에 공을 넘길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활동을 위해선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회에 과거 제출된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문구도 있다. 하지만 기뢰가 깔려있고 미사일 등이 발사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국회 비준을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는 15일 이와 관련해 “미국 측의 공식 요청은 아직 없으며, 내부 논의를 이제부터 해야 한다”며 “미 측의 군함 파견 목적과 요구사항, 입장 등을 자세하게 파악해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군함 파견이 참전으로 비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참전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국방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관련 사안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