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리플렉션 AI와 함께 한국에 국내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 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양사 파트너십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개시한 ‘AI 수출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협력을 하는 첫 번째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는 리플렉션 AI와 함께 한국에 ‘소버린 AI 팩토리’를 세워 공동 운영하며 국내 AI 산업 경쟁력 고도화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룹 차원에서는 AI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아 기존 유통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적극 도모할 방침이다.
신세계는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리플렉션 AI와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 AI 최고경영자(CEO)는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신세계와 리플렉션 AI는 한국에 전력용량 250㎿(메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 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 건립됐거나 건립 예정인 AI 데이터 센터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최대 규모다. 사업은 전력용량을 순차적으로 늘려가는 단계적 방식으로 진행된다. 리플렉션 AI는 신세계와 함께 짓는 AI 데이터 센터에 들어갈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리플렉션 AI는 구글 딥마인드 핵심 개발자 출신인 라스킨 CEO와 알파고 개발 주역인 이오안니스 안톤글루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024년 창업한 회사다. 개방형(오픈 웨이트) AI 모델 개발사인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기업가치 80억 달러(약 12조원)를 인정받으며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20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정용진 회장은 “AI는 미래의 산업과 경제, 인간의 삶 등 모든 분야를 총체적으로 변화시켜 AI 없는 미래산업은 생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리플렉션 AI와의 데이터센터 건립 협업 프로젝트는 신세계의 미래성장 기반에 토대가 되는 것은 물론 국내산업 전반의 AI 생태계 고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사의 이번 협약은 트럼프 행정부가 역점 과제로 추진하는 ‘AI 수출 프로그램’ 1호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도 이날 AI 수출 프로그램을 관할할 센터 개소식에 이어 신세계와 리플렉션 AI의 MOU 체결식에 참석해 “사업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독려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7월 AI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확고히 하겠다며 ‘AI 행동계획’을 발표하면서 AI 수출 패키지를 우방국과 동맹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는 리플렉션 AI의 개방형 모델이 한국 정부의 주권형 AI 육성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력과 신뢰도를 갖췄으면서도 데이터 역외 유출 우려가 없는 개방형 모델 활용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지라는 것이다.
라스킨 리플렉션 AI CEO는 “한국은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미국의 강력한 동맹”이라며 “신세계와 함께 우리는 한국이 주체적으로 진화시켜 나갈 수 있는 AI 인프라를 창출할 것”이고 말했다.
또 양사의 이번 협력이 ‘AI 커머스’의 획기적 발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신세계의 오랜 유통 업력과 이를 기반으로 한 고객 접점 인프라와 데이터에 AI 역량을 결합함으로써 차별화된 AI 커머스를 구현한다는 복안이다. 온라인 몰에서 최적화된 맞춤형 상품을 골라주고 결제 배송까지 책임지는 ‘AI 에이전트’의 획기적 발전이 예상된다. 또 AI 커머스뿐만 아니라 리테일 사업 전반에 적용할 AI 풀 스택을 개발함으로써 재고 효율 개선 등관리 효율화를 이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이에 양사는 올해 안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합작법인(JV) 설립 후 사업 진행을 위해 관련 기관 및 지자체 등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