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인플레 파고에 고금리 리스크…경기회복 제동 걸리나?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01.0원)보다 0.4원 내린 1500.6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뉴시스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01.0원)보다 0.4원 내린 1500.6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뉴시스

 

우리 경제가 유가 급등과 원화 가치 하락이라는 ‘더블 쇼크’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극단적인 대외 여건 악화가 현실화되면서 물가 안정을 위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지개를 켜던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가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에 유가 급등은 생산 원가 전반을 밀어 올리는 ‘비용 인플레이션’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실제로 원유 도입 단가가 오르면서 수입 물가 지수는 최근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며, 가공 단계별로 누적된 제조 원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 특히 유가와 연동된 운송비는 물론, 누적된 적자로 인상 압력이 극에 달한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급격히 얼어붙는 모양새다.

 

환율 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안전 자산인 달러화 선호 현상이 강해지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했다.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일시적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수입 단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더 큰 문제는 자본 유출 우려다. 한미 금리 격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환율까지 치솟자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기미를 보이면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당초 금융권은 물가 하락세에 맞춰 금리 인하를 점쳤으나, 중동 상황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향후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만약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면, 이는 가계와 기업에 감당하기 힘든 이자 폭탄이 될 전망이다. 이미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이자 상환 능력이 바닥난 가계와 중소기업은 실질적인 파산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계 기업들의 도산 위험이 커지면서 실물 경제 전반에 걸친 ‘자금 경색’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과 취약 차주 지원책을 고심하고 있으나,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라는 거대한 대외 변수를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