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형 양극화]커지는 격차…한국경제 양극화 경고음

국내 GDP 성장률. 한은 제공
국내 GDP 성장률. 한은 제공

#서울 강남의 한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올해 주식 투자 수익과 성과급 덕에 자산이 크게 늘었다. 코스피가 5000선을 훌쩍 넘으며 평가이익도 불어났다. 연봉도 1년 새 20% 가까이 올랐으며 “이직 제안도 계속 들어온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소형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50대 박모 대표는 “수출은 잘된다지만 우리 같은 협력업체는 주문이 줄어 인건비 감당도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대출 이자는 갈수록 커져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사상 최고 수준의 수출 실적과 증시 호황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체감 경기는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부문 간 격차가 확대되는 ‘K자형 성장’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K자형 성장은 경제가 알파벳 ‘K’처럼 한 축은 상승하고 다른 한 축은 하락하면서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24일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는 국내 경제의 이면을 다각도로 짚어봤다.

 

수출 대기업과 첨단 산업은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자영업·전통 제조업은 회복 속도가 더디다. 고용 역시 IT·플랫폼·금융 등 고임금 일자리는 늘어난 반면 청년·비정규직·지방 일자리는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소득과 자산, 산업과 지역, 세대 간 양극화가 동시에 심화되는 복합적 K자 구조다. 

 

문제는 이러한 양극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질 가능성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고금리 환경이 맞물리며 생산성과 소득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 

 

K자형 경제는 성장률 수치만으로는 읽히지 않는 질적 격차를 드러낸다.

 

이런 흐름은 한은의 최근 전망에도 반영됐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2.0%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글로벌 경기 개선을 긍정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민간소비·수출·설비투자 전망은 올렸지만 건설투자는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성장의 핵심 변수는 여전히 반도체다. 한은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여부에 따라 성장률이 0.2~0.3%포인트 변동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비 IT부문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반도체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등 대기업 IT 대기업이 주도하는 K자형 회복국면에서는 성장의 온기가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수요 측면에서는 비IT부문의 경기회복 여부가, 비용 측면에서는 반도체 가격의 움직임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웅지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차장은 “관세 중심으로 주요 품목의 수출 여건을 보면, 산업별로 해외 수요와 관세에 대한 노출도 및 대응력이 달라 품목 간 온도 차는 더욱 극명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제조업 기반 약화와 인구구조 변화 등 구조적 문제는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워 회복 속도는 제한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반도체 호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면 K자형 성장 구조는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K자형 경기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라는 전문가의 제언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통 산업 활성화와 신사업 육성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규제 완화로 신규 비즈니스 진입 장벽을 낮추고, 건설 등 고용 유발 산업 회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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