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보호소를 도울 수 있는 러닝이라 반려견과 함께 달리러 왔어요. 우리 강아지도 보호소 출신이라 더 특별하네요!”
유기동물보호소 유엄빠(유기동물의 엄마 아빠)가 주최한 ‘든든런 2026 스프링’이 25일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열렸다. 참가비 전액이 유엄빠의 구조견 치료 및 돌봄 비용으로 쓰이는 이번 행사는 약 150명 러너 외에도 약 20마리 반려견이 함께했다. 출발을 앞두고 체크인 포인트인 프로세스 이태원 실비에서 만난 최성욱-정혜연 씨 부부는 반려견 ‘모디’와 함께 몸을 풀며 설렘을 전했다.
모디네 가족을 포함해 이날 반려견 동반 러너의 대부분은 ‘캐니크로스 코리아 러너스(CKR)’ 멤버들이었다. 지난해 5월 반려견 동반 러닝크루로 탄생한 이 모임은 전국에 약 130명 회원이 활동 중으로, 가까운 지역별로 정기 러닝·산책 모임은 물론 댕댕이 운동회도 개최한다. 든든런은 지난해 12월 1회 행사에 이어 이번 2회까지 개근이다.
이진영 CKR 대표는 “유기견을 위한 러닝이 많지 않은데 든든런은 진심이 느껴지는 대회라 항상 참여 중”이라며 “회원 중에도 유기견이던 강아지를 입양한 분이 많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반려견 '알로' 역시 학대 받다 구조된 후 새로운 견생을 살고 있는 친구라고.
이날 행사는 3㎞, 5㎞, 7㎞로 구성됐는데 CKR은 남산공원 등 반려견과 함께 달리기 용이한 4㎞ 특별코스를 뛰었다. 신발을 신은 강아지, 운동용 올인원을 착용한 강아지, 모자를 쓴 강아지 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레이스가 펼쳐진 이날 오전 기온은 약 23도로 그렇게 덥지는 않았지만 코스 초반 업힐(Up Hill) 구간을 달리는 강아지들과 보조를 맞추니 금세 땀이 송글송글 맺혀 흘렀다. 기록이 제공되는 공식 대회가 아니기도 하고 CKR의 목적 자체도 반려견과 교감이 궁극적 목표인 만큼 참가자들은 강아지들의 체력 등을 고려해 뛰거나 걷거나 품에 안고 달렸다. 중간중간 단체로 휴식을 취하며 급수도 했다.
러너들도 걷거나 달리면서 사료나 반려용품을 서로 추천하고 양육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서로의 강아지들을 사진 찍어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러닝 의상을 입은 사람들과 강아지들이 단체로 달리는 모습은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어르신은 “강아지들이 마라톤을 하는 거야? 거 신기하네”라며 눈을 떼지 못했고, 코스 내 위치한 반려견 동반 카페의 손님들은 파이팅을 담은 박수를 보냈다. 개별적으로 러닝을 하던 사람들이 강아지 러너들에게 홀려(?) 무리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태원 특성상 외국인도 많았는데 이들은 “서프라이즈”를 연발했다. 프랑스 국적으로 2년째 한국서 지낸다는 알렉스는 “프랑스에도 ‘캐니크로스’라 부르는 반려견 동반 러닝이 있는데 한국에서 보니 색다르다”고 말했다. 반려견 ‘아주(Azu)’와 남산공원을 산책하던 중 반려견 러닝크루와 마주친 그는 “이러한 모임이 있는 거면 가입하고 싶다”며 관심을 보였다.
이날 오전 9시40분 출발한 레이스는 약 1시간 만에 모든 참가자들이 완주했다. 유엄빠와 후원처에서 준비한 티셔츠, 영양제, 청결용품 등으로 구성된 완주 기념선물 증정에 이어 다양한 선물이 걸린 럭키드로우 행사, 바자회가 이어졌다.
경기 수원시에서 왔다는 이수진 씨는 “비반려인이지만 동물을 너무 좋아한다. 유기견에게 기부가 되는 러닝 행사라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참가했다”며 “사실 런린이라서 이번이 첫 5㎞ 완주였다. 강아지들 덕분인 것 같다”고 웃었다. 수진 씨의 친구이자 반려견 ‘루이’ 보호자인 이유경 씨는 울산에서 먼 길을 달려와 이번 행사를 함께했다.
인천에서 온 반려견 ‘소금이’ 보호자 최영준 씨는 “지난해 말 든든런에 사정상 참석하지 못해서 오늘은 꼭 오고 싶었다”며 “소금이와 아내, 아기까지 가족 모두가 봄날의 산책을 즐겼다”며 엄지를 세웠다.
2회 행사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든든런은 매 계절마다 연 4회 개최 예정이다. 행사를 주최한 박민희 유엄빠 대표는 “유엄빠에서 입양한 반려가족들도 참여해서 더 의미가 깊은 것 같다”며 “참가해주신 러너분들께 감사드린다. 든든런이 한국을 대표하는 유기견 기부 러닝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유엄빠는 2016년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탄생한 동물보호단체로, 불법번식장, 개농장, 애니멀호더, 지자체 보호소의 안락사를 앞둔 개체들을 구조하고 돌보면서 입양을 보낸다. 최근에도 번식장의 코커스패니얼 약 40마리를 구조하며 약 150마리 강아지들의 몸과 마음을 보살피고 있다. 이번 든든런 참가비를 통해 치료 및 돌봄을 받을 구조견 5마리가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 “취지가 너무 좋아 도움 되고 싶었죠”… 힘 보탠 후원사들
든든런을 주최한 박민희 유엄빠 대표는 “여러 단체의 도움와 업체들의 후원이 아니었다면 행사가 열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국내 최대 오픈 러닝크루인 ‘크루고스트’는 레이스 운영 파트너로 안전한 완주를 도왔다. 신철규 대표는 “유기견을 돕는 의미 있고 뜻깊은 행사에 힘 보태고 싶었다”며 “러너들중에도 반려인이 많다. 저 역시 최근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까지 긴 시간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청결용품 브랜드 ‘힐란드’는 5만원 상당의 탈모샴푸&트리트먼트 세트를 참가자 전원에게 증정했고, 보디샤워·보디로션까지 포함된 4종 세트도 럭키드로우를 통해 선물했다. 황유정 힐란드 대표는 “달릴수록 유기견에게 기부되는 든든런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취지가 너무 좋아서 후원을 하고 싶었다”며 “좋은 일에 동참하는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물건을 선물해 기쁘다”고 말했다.
유한양행도 참석자 전원에게 유산균 신제품을 선물했다. 박명근 유한양행 프로바이오틱스팀장은 “뜻깊은 행사 도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러닝화 브랜드 브룩스는 바자회에 러닝화 140켤레를 후원했다. 정가 약 20만원 제품을 5만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일리앤코는 럭키드로우로 선물을 전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도그어스플래닛이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를 위해 슈퍼모델과 유기견이 함께 런웨이를 펼치는 ‘리홈 런웨이(Re Home Runway)’를 개최합니다. 이날 행사에서 반려견과 함께 런웨이 무대를 경험할 반려가족을 모집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QR코드를 확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