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고(故) 앙드레김의 정신이 깃든 패션쇼가 서울의 봄 밤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한강공원 일대의 봄 축제 ‘서울스프링페스티벌(4월10일~5월5일)’이 고조되는 가운데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원더쇼(Wonder Show)’가 3일 저녁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 열렸다. 약 2시간 30분 동안 연주, 무용, 공연, 파이어 퍼포먼스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펼쳐진 이날 6000명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건 단연 ‘서울 웨이브 런웨이 : 앙드레김×드러머 리노박’ 패션쇼였다.
이번 런웨이는 앙드레김의 양아들 김중도 앙드레김 아뜰리에 대표의 의상, 한국모델문화예술협회의 모델들의 워킹, 세계적 드러머 리노박의 연주가 어우러졌다. 방송인 겸 모델 이현이를 필두로 오지호, 김태연, 김효진, 김영준 등 국내를 대표하는 모델 27명이 한국의 미가 물씬 느껴지는 의상을 착용하고 리노박의 열정적 드럼 연주가 울려 퍼지는 런웨이 로드를 걸었다.
약 30분간 퍼포먼스가 마무리 되자 객석에서는 큰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고, 모델들도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4000석 규모의 행사장 관객석은 모두 채워졌고, 야외형 공간이다 보니 약 2000명 시민이 원더쇼를 즐겼다. 객석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는데 캐나다에서 왔다는 뷰캐넌 씨는 “런웨이 로드와 객석의 거리가 멀어서 조금 아쉽지만 화려한 의상과 모델들의 몸짓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엄지를 세우면서 “모델들이 착용한 옷이 한국의 왕과 왕비가 입던 옷인가”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모델들은 이날 행사 말미에 커튼콜을 하며 다시금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성공리에 행사를 마무리한 김중도 앙드레김 아뜰리에 대표는 “한국의 미를 기반으로 동양의 문화와 서양의 프레임을 조화롭게 아우르고 싶었다”며 “야외에서 대형 패션쇼를 올린 게 오랜만이다.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지자체와 헙력한 패션쇼를 자주 열려고 한다”고 말했다.
2018년 이후 8년 만에 앙드레김 패션쇼 무대에 섰다는 김태연 모델은 “감회가 새로웠다. 비가 계속 내리다가 런웨이 순간에만 비가 잠시 멈췄는데 하늘에서 선생님(앙드레김)께서 도와주신 것 같다”며 “대부분 패션쇼는 실내에서 하다 보니 조금 제한적인 면이 없지 않아있는데 오늘은 야외에서 서울시민, 외국인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 좋았다”고 웃었다.
김효진 모델도 “약 두 달간 이번 런웨이를 준비했다. 앙드레김 패션쇼 멤버들과 오랜만에 쇼를 해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김효진 모델은 SBS슈퍼모델 출신 ‘아름회’ 멤버로, 앞서 아름회는 2018년 앙드레긴 추모 패션쇼(리마인드 앙드레김)를 직접 기획하고 재능기부로 무대에 선 바 있다.
이날 런웨이 무대에서 열정적 연주를 선보인 리노박은 의상 및 패션쇼 콘셉트에 맞춰 작곡을 했다고. 김중도 대표는 “의상, 그리고 무대 콘셉트와 딱딱 맞아떨어져서 너무 만족스러웠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번 패션쇼의 총감독을 맡은 이선진 한국모델문화예술협회장은 “오늘날 모델이라는 직업과 예술의 현장은 변화의 물결에 서 있다. AI(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홍보하는 시대”라며 “이번 퍼포먼스는 단순한 쇼가 아니라 ‘사람은 결코 대체되지 않는다’는 선언이다. 무대 위에서 그 진실을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강렬하게, 가장 장엄하게 증명하는 존재로서 모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협회 출범 이후 첫 패션쇼라는 점을 강조한 이선진 협회장은 “대한민국의 모든 모델들이 다시 한 번 스스로의 존엄과 사명을 깊이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스프링페스티벌은 4일 불후의명곡 서울노래특집, 5일 드론라이트쇼·로드쇼·워터볼경주·펀카니발 등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