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박모(56)씨는 지난 3월 가계부를 정리하다 지출 총액이 석 달 전보다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항목 자체는 달라진 게 없었다.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 직구로 정기 주문하는 영양제, 미국에서 유학 중인 자녀에게 보내는 생활비까지. 달러와 외화가 붙은 항목들의 원화 환산 금액이 올라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박씨는 "환율이 최근에 1,500원을 넘으면서 쓰는 양은 똑같은데 나가는 돈이 늘었다는 걸 실감했다"며 "자연스럽게 외화 지출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4월 평균 환율은 1,487.39원, 말일 환율은 1,476.1원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긴장감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환율이 1%포인트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0.04%포인트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이 영향은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물가를 거쳐 체감 물가 상승폭을 더욱 키우는 경로로 이어진다. 실제로 수입물가는 2025년 7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하며 연간 기준 플러스로 전환됐고 장바구니 물가·외식비·물류비가 동시에 오르는 주된 원인으로 고환율이 지목된다.
구독 서비스, 해외 직구 결제, 해외 송금까지 달러와 엮인 지출이 일상 곳곳에 산재한 소비자일수록 이 압박은 더 직접적으로 체감된다. 이에 소비자 사이에서는 불필요한 외환 손실을 줄이고, 해외 지출 고정비를 구조적으로 낮추려는 '방어형 소비 전략'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이베이, 경매·리퍼비쉬·오늘의 특가로 환율 부담 상쇄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 직구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같은 상품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구조를 갖춘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오픈마켓 이베이(eBay)는 미국·영국·독일·호주 등 국가별 독립 사이트를 운영하며, 2025년 기준 190개국 1억 3,400만 명의 바이어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 셀러와 전문 셀러가 국가를 달리해 동일 상품을 동시에 등록하는 구조상, 환율·배송비·셀러 마진의 차이가 실시간으로 가격에 반영된다. 구매자는 다국 셀러 간 가격 차이를 직접 비교해 최저가를 찾을 수 있으며, 즉시구매가 아닌 경매 입찰로도 구입이 가능해 시세보다 낮은 낙찰가로 상품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고가의 전자기기는 제조사나 전문 셀러가 품질을 보증하는 '이베이 리퍼비쉬'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오늘의 특가' 코너와, 구매자가 셀러에게 원하는 가격을 제시해 흥정할 수 있는 '베스트 오퍼' 등 이베이만의 상시 프로모션 기능을 조합하는 것도 높아진 환율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 센트비, 풀링-포스트 펀딩-네팅 구조로 송금 수수료 최대 90% 절감
매월 고정적으로 해외에 생활비나 유학 자금을 보내야 하는 이들에게는 수수료 절감 효과가 확실한 해외송금 플랫폼이 필수 방어 수단으로 꼽힌다.
개인 해외 송금 플랫폼 센트비는 풀링, 네팅, 포스트 펀딩 방식을 활용해 기존 은행 대비 수수료를 최대 90% 낮췄다. 풀링은 여러 이용자의 소액 송금 수요를 모아 한 번에 처리하는 일종의 공동구매 방식으로, 건당 발생하던 고정 수수료를 N분의 1 수준으로 낮춘다. 여기에 해외 파트너사가 수취인에게 대금을 먼저 지급하는 '포스트 펀딩' 방식으로 송금 지연 문제를 해소하고, 반대 방향 자금을 서로 상계하는 '네팅' 처리로 실제 외환 이동량 자체를 줄였다.
센트비의 개인용 해외 송금 서비스는 현재 50개국 이상으로 송금이 가능하며, 수수료와 적용 환율을 송금 전에 투명하게 공개해 최종 수취 금액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수취 방식도 은행 계좌 이체 외에 캐시픽업·캐시 딜리버리·모바일 월렛 등 현지 환경에 맞는 다양한 옵션을 지원한다.
■ 피클플러스, 계정 쪼개기로 달러 구독 고정비 절감 효과
피클플러스는 달러 기반 구독 서비스의 계정을 여럿이 나눠 쓰는 공동구독 구조를 통해 사용자의 고정비 부담을 낮춘다. 챗GPT, 클로드 등 해외 기반의 생산성 도구들은 주로 달러 단위로 요금이 청구돼 환율이 오를수록 매월 체감하는 구독료가 상승한다.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등 주요 OTT들도 잇따라 원화 기본요금을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독 고정비 압박이 커졌다.
피클플러스는 계정 주인(파티장)과 이용자(파티원)를 자동으로 매칭해 하나의 구독 계정을 여럿이 나눠 쓰는 방식으로 고정비 부담을 낮춘다. 이용자가 상대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편리함에 더해, 플랫폼이 매달 자동적으로 비용을 정산한다. 공동구독 전용 메일로 계정 정보를 보호하고, 각 이용자는 개인 프로필 PIN으로 접속하는 보안 구조도 갖췄다고 업체 측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단기에 안정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소비자들이 지출 방식을 바꾸는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외화 지출 비용을 구조적으로 낮춰주는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황지혜 기자 jhhw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