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 시대의 양극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도 ‘매그니피센트7(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아마존·알파벳·메타·테슬라)으로 불리는 초대형 기술주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2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5년간 M7은 340% 가까이 오른 반면, 나머지 493개 기업은 150% 상승에 그쳤다. 인공지능(AI) 패권이 소수 빅테크에 집중되는 글로벌 구조가 한국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나타난 셈이다. 대만 증시에서도 TSMC 한 종목이 가권지수 시총의 44%를 차지하며 비슷한 쏠림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AI 시대에 전 세계적 공통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코스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혁신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지원하고 부실기업을 신속·엄정하게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의 전면적 전환을 추진하고,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주요 연기금의 코스닥 참여 유인을 높이는 방안도 담았다. 올해부터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개편과 국내 복귀 투자 전용 계좌(RIA) 도입으로 개인 투자자 세제 혜택도 강화됐다. 그러나 시장에선 정책 효과가 뿌리 깊은 구조적 쏠림을 단기에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연기금 자금 유입과 기관 참여 확대가 실질적인 수급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쏠림 현상 자체가 이익 구조의 반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승 속 쏠림현상은 이익 측면에서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내 12개월 예상 순이익 비중은 무려 72%”라고 분석했다. 이어 “SK하이닉스 시총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경우가 현재 강세장 종료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AI 투자는 이제 스스로 멈출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라며 반도체 중심 쏠림의 구조적 지속성을 강조했다.
양극화 장세에서 소외된 개미들의 돌파구로 상장지수펀드(ETF)가 주목받는다. 이대환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 매니저는 “코스닥 순환매 가능성이 있으며 10% 이상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닥은 중소형주와 테마주 비중이 높아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지만, 증권사 리포트 10건 중 8건이 코스피 상장사에 집중되는 ‘정보 양극화’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삼전닉스를 직접 담기 어려운 소액 투자자라면 반도체 대형주를 편입한 코스피200 ETF나 AI 밸류체인 ETF를 통해 강세장에 간접 편승하는 전략이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또한 전문가들은 “어떤 종목을 고르느냐보다 지금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투자의 출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별 종목 직접투자보다 변동성이 낮고 분산 효과가 높은 ETF를 활용하면, 쏠림 장세에서 소외된 소액 투자자들도 리스크를 줄이면서 강세장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다는 조언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