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셀코리아 행렬 속 변동성 확대…중대 고비 맞은 코스피

9천피 고지 바라보다
전주 대비 3.72% 내린 8160.59로 마감
외인 20일째 순매도…원화 가치 하락
12일 우주기업 스페이스X 상장 앞둬
AI∙반도체 주도주 차익실현 관심 집중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478.82포인트(5.54%) 내린 8160.59에 마감한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478.82포인트(5.54%) 내린 8160.59에 마감한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맹렬한 속도로 1천 단위 지수 허들을 연거푸 뛰어넘은 코스피가 지난주 막판 9천피 문턱에서 격한 조정을 받으며 기세가 한풀 꺾였다. 좀처럼 멈출 줄 모르는 외국인의 셀코리아(국내 주식 매도) 행렬에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섰고, 코스피 변동성은 중동 전쟁이 시작된 당시보다 높아졌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에 대한 의구심마저 다시 고개든 가운데 전세계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스페이스X의 상장 이벤트를 앞둔 국내 증시가 다시 한번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코스피 변동성↑…원달러 환율도 ↑

 

 지난 한주 코스피는 크게 출렁였다.

 

 7일 한국거래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315.56포인트(3.72%) 내린 8160.59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 초반이던 지난 2일 코스피는 개장 직후 8933.62까지 치솟아 9천피 고지를 밟는 듯했다. 주중 등락을 거듭한 지수는 주 후반인 지난 5일 결국 급락, 장중 한때 8038.10까지 밀리며 자칫 8000선을 내줄 뻔했다.

 

 이 기간 국내 증시는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는데, 코스닥지수가 전주 대비 6.7% 폭락하며 가장 많이 뒷걸음질 쳤다. 뒤에서 두 번째인 코스피(-3.7%)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0%), 홍콩 항셍지수(-0.7%) 등과 비교해 낙폭이 컸다.

 

 지난주 코스피의 고점과 저점 사이 폭은 895.52포인트로, 10% 넘는 변동성 장세를 보여줬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겹치자, 투자자들이 기계적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결과란 해석을 낳았다. 이달 들어 지난 5일까지 코스피 일평균 변동률은 3.9%로, 중동 전쟁이 터진 지난 3월 3.7%보다 높은 걸로 나타났다.

 

 게다가 최근 주식시장에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화됐다. 예컨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5일까지 2주간 상승 종목은 평균 210개로, 직전 2주(5월 11∼22일) 297개보다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하락 종목은 485개에서 596개로 늘었다.

 

 요즘 하락장은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까지 20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는데, 이 기간 순수하게 팔아치운 금액만 70조원이 넘는다.

 

 외국인이 주식을 대규모로 처분한 뒤 달러로 바꾸면서 원화 가치는 버티질 못하고 무너지는 중이다. 지난 6일 서울 외환시장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559.0원에 마감했다. 장중엔 심리적 저항선인 1550원을 넘어 1560원선까지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의 이같은 투매 현상은 한국 주식 과매수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재조정 차원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문제는 외인의 팔자가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이다. 외국인이 물량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보유 주식의 주가 상승이 더 가팔라 이들의 주식 보유 비중은 오히려 높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 상장…변동성 더 키울까

 

 이런 가운데 한국 시간으로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던 지난 6일 미국 증시에선 인공지능(AI) 붐의 가장 큰 수혜 대상인 반도체주가 와르르 무너졌다. 미국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종목 30개로 짜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당일 하루에만 무려 10.3% 폭락했다.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AI 칩 관련 사업 성장세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우려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시장의 경계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증시에서의 이러한 반도체주 향방은 한국 증시의 반도체 업종에도 강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시장은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울 걸로 보인다.

 

 태평양 건너편에서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든 가운데 오는 12일에는 전세계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상장이 예정돼 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메가톤급 기업공개(IPO) 이벤트로 손꼽히는 만큼, 국내 증시에서도 단기적 수급 변동성을 키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상승 탄력이 가팔랐던 한국의 AI·반도체 주도주에 대한 전술적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증권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6월 말까지는 유동성 블랙홀 구간에서 국내 주도 섹터의 숨 고르기와 지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스페이스X의 등장은 한국 반도체에 새로운 기회”라고 평가했다.

 

 스페이스X가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와의 합병 시너지를 통해 우주 산업에도 AI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초고성능 메모리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수반할 거란 이유에서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적인 수급 이탈은 잠시 스쳐가는 소음일 뿐, 스페이스X의 AI 패권 경쟁 참여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발행할 메모리 빌지(청구서)의 증액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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