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역 격차에 따른 청년 세대의 ‘시간 불평등’ 문제와 관련해 지방에 더 많은 기회를 만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수도권 집중이 부동산 문제와 지방 소멸, 청년 격차를 동시에 심화시키고 있는 만큼 재정·산업·교육·문화 정책 전반에서 지방에 가중치를 두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서울 공화국’ 구조 속 상경 청년들이 월세와 생활비, 자기관리 부담까지 떠안으며 본가가 서울인 청년과 가용 시간 격차를 겪는다는 지적에 “지방 균형발전 문제와 청년 문제 두 가지를 섞어놨으니 얼마나 어려운 이야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해당 질문의 핵심을 ‘지방 청년 문제’와 ‘국토 균형발전’으로 짚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여러 문제 중 또 하나로 심각한 문제가 수도권 집중”이라며 “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려오니 지방은 망가지고 서울과 수도권은 미어터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서울∙수도권은 폭발의 위험, 지방은 소멸의 위험 양 측면을 동시에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의 지방 기회 확대 기조를 대안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은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지방에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다행히 조금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이후 지방 신규 고용과 관광 수요가 늘고 있다고 언급하며 “지방 관광 수요가 상당히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게 아마 3차 산업 분야에 창업과 고용을 많이 늘리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지역 소비 진작을 위한 재정 지원 확대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정책을 할 때 지방에 집중한다. 일부러 재정 지원도 지방을 많이 늘린다”며 “예를 들면 서울보다 지역화폐 지급할 때도 10%씩 더 지급한다. 액수로 합산하면 꽤 된다. 계속 더 늘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방대 육성 정책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소위 5극 3특 체제에 따른 서울대 10개 만들기, 아니면 지방 거점 대학 육성에 집중적으로 예산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 투자와 산업정책에서도 지방 배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에게 이런 부탁을 한다. 가급적이면 지방에다 해달라. 지원하겠다”며 “살짝 압력도 좀 넣는다. 직권남용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실은 부탁한다”고 언급했다.
첨단산업 입지와 전력 문제를 연계한 설명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특히 첨단산업 분야는 전기 먹는 하마들일 텐데 수도권에는 앞으로 송전탑을 더 건설할 수도 없고 전기는 지산지소 원칙에 따라서 생산지가 더 싸지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생산지와 가까운 지역 투자가 기업에도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획기적인 한 수는 없다”면서도 “재정 정책, 산업 경제 정책, 인프라 투자, 기반 시설 등 모든 면에서 지방에 가중치를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아예 법으로 강제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그게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청년 자산 형성 정책에서도 지방 청년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 청년들에게 당장 예를 들면 청년 자산 형성 이런 것도 지방에 혜택을 더 많이 주려고 한다”며 “자산 형성을 지원하든지, 산업 경제 정책을 지방 중심으로 하든지, 교육·문화·정주 여건 등을 강화하든지 이런 것을 통해 지방에서 사는 게 오히려 수도권보다 더 기회가 많게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간에 구조가 바뀌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 대통령은 “한두 해 사이 획기적으로 확 바뀌지는 않겠지만 방향은 크게 틀고 있다”며 “수도권에 온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여기 희망이 있어 보이니까 수도권으로 오는데, 하여튼 지방에 더 많은 기회를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청년 세대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기성세대와 비교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기성세대들은 객관적으로는 상황이 어려웠지만 희망이 있는 세상을 살았다”며 “대학 졸업하면 웬만하면 취직되고 정년 보장되고 엄청난 욕심을 내지 않는 한 그렇게 불안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금의 청년 세대에 대해서는 “현실은 아름다운데 미래는 암울한 정말로 특이한 시절을 살고 있다”며 “정말 화날 거다, 힘들고. 그래서 우리가 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서도 “누군들 아이 낳아서 가정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겠나. 그런데 그거를 포기한다. 정말 잔인한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이 대통령은 “미래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도 중요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똑같은 정책 나열밖에 안 돼서 화날 것 같아 어쨌든 노력하겠다는 말씀으로 답을 마치겠다”며 “너무 답답한 질문이어서 말이 많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