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펫로스는 자연스러운 일… 끝까지 사랑하며 돌본 당신이기에”

-동행 주최 심용희 수의사 펫로스 강연

심용희 수의사가 13일 서울 동물복지지원센터 동대문에서 ‘펫로스, 아픈 기억이 아닌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기’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심용희 수의사가 13일 서울 동물복지지원센터 동대문에서 ‘펫로스, 아픈 기억이 아닌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기’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펫로스는 극복하거나 지워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13일 서울 동물복지지원센터 동대문에서 반려동물과 이별했거나 이별을 준비하는 보호자를 위한 강연이 열렸다. 동물보호단체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동행)이 주최하고 심용희 수의사가 연사로 나선 ‘펫로스, 아픈 기억이 아닌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기’ 강연이었다. 심 수의사는 펫로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충분히 슬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펫로스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의미하며, 그 상실에 따른 슬픔·우울·불면·무기력 등의 심신 증상을 펫로스증후군이라 칭한다.

 

강연자인 심 수의사는 11년 간 동물병원 수의사로 일했고 현재는 펫푸드 관련 회사(한국마즈)에서 재직 중이다. 또한 28년째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반려인으로서 6마리 반려동물의 죽음을 보낸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저서 ‘펫로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를 썼다.

 

이날 약 20명 청중이 모인 가운데 심 수의사는 반려인과 수의사로서 직·간접적으로 겪은 다양한 펫로스 사례를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우선 그는 사람과 반려견·반려묘의 수명 차이로 인해 펫로스는 필연적인 이별과 상실이 될 수밖에 없는 점을 짚은 뒤 “펫로스를 겪는다는 것은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끝까지 돌봤고 사랑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는 펫로스가 2~3개월 정도 지속되지만 1년 이상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펫로스 역시 이별·상실의 단계인 ‘DABDA’를 따른다. 스위스 출신의 미국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가 정리한 이 개념은 자신 혹은 가까운 존재의 죽음을 선고받고 인지하기까지 ‘부정(Denial)-분노(Anger)-협상(Bargaining)-우울(Depression)-수용(Acceptance)’ 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한다.

 

‘펫로스, 아픈 기억이 아닌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기’ 강연을 찾은 청중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박재림 기자
‘펫로스, 아픈 기억이 아닌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기’ 강연을 찾은 청중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박재림 기자

 

다만 펫로스는 사람의 죽음과 비교했을 때 그 슬픔의 크기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특성이 있다. 심 수의사는 펫로스는 ‘권리박탈적 비탄’으로 규정했다. 이는 사회적으로 상실이 인정되지 않아 공개적 애도와 지지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경험되는 비탄을 가리킨다.

 

심 수의사는 “반려동물의 죽음은 사람의 죽음보다 더 슬퍼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으로 위해 슬퍼할 권리조차 잃게 되는 것”이라며 “가족에게조차 펫로스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스스로가 반려동물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슬퍼할 자격도 없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고 짚었다.

 

결국 펫로스가 이별·상실의 단계에서 ‘수용’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충분히 슬퍼하지 못함’에서 기인한다. 심 수의사도 “펫로스는 극복하고 지워내는 것이 아니라 겪어내는 것”이라며 “떠나보낸 반려동물을 애써 잊으려 하지 말고 슬플 때 슬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의미에서 충분한 애도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물 관련 업계 종사자더라도 최소 하루 이상은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물론 아직 반려동물에 대한 장례 휴가가 정식으로 인정되는 곳이 많지 않지만 배려를 해주는 회사도 꽤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례를 들며 병원 정신과 상담, 약물치료도 추천했다.

 

이어 반려동물 장례 방식, 추모 방식 등을 소개한 심 수의사는 펫로스를 겪는 지인을 위한 위로법도 알렸다. 그는 “기운내라, 잊어야지, 진정해, 떠난 동물도 슬퍼할테니 그만 슬퍼해, 라는 식의 ‘제안’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그저 곁에서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심용희 수의사와 강연 청중, 관계자들이 강연 직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재림 기자
심용희 수의사와 강연 청중, 관계자들이 강연 직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재림 기자

 

약 2시간의 강연이 끝나고 한 청중은 “나흘 전 반려동물을 하늘나라로 보냈다. 펫로스에 관한 책을 검색하다가 이번 강연이 있는 것을 알게 돼 반려견과 함께하는 다른 친구와 함께 방문했다”고 말했다.

 

최미금 동행 대표는 “펫로스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사회적 문제로까지 커지고 있지만 같이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며 “오늘 함께한 분들에게 도움이 됐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참석자에게는 동아제약의 펫 브랜드 ‘벳플’의 반려동물 심신 영양제, 바비온의 펫 미용 용품 등이 선물로 주어졌다. 심 수의사의 저서도 특별 경품으로 강연 중 전달됐다.

 

서울 동물복지지원센터 동대문은

이날 강연은 서울시의 유기동물 등 위기동물 입양사업의 일환으로, 이곳 장소도 서울시가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입양센터 중 한 곳이다. 서울 동물복지지원센터는 동대문, 마포, 구로 등 3곳이 있으며 동물구조협회의 구조동물들을 데려와 안락사 없이 보호하면서 입양도 지원한다. 이곳 동대문 센터는 현재 강아지 11마리, 고양이 12마리가 생활 중이다.

 

서울 동물복지지원센터 동대문 전경. 박재림 기자
서울 동물복지지원센터 동대문 전경. 박재림 기자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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