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에 이르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해협 내 위험 요인이 곧바로 해소되는 것은 아닌 만큼 정부는 현지에 머물고 있는 한국 선박과 선원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15일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미·이란 양측의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실제 항행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해협 내 기뢰 제거와 민간 선박 안전 보장, 이란 내부 강경 세력의 돌발 행동 가능성 등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종전 합의 발표만으로 해협의 완전한 정상화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이란이 핵 폐기와 제재 해제 문제를 놓고 추가 협상에 들어갈 경우, 협상 과정에서 긴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민간 선박을 겨냥한 공격이나 항행 방해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앞서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한국 선박 26척이 해협 안팎에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정부는 이란 당국과 한국 선박 통항 문제를 협의해 왔고, 지난달 HMM이 운영하는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가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왔다.
지난 11일에는 한국 선사가 운용하는 LNG 운반선 1척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 선박은 용선주인 카타르에너지가 이란 당국과 협의해 통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등에 따르면 14일 오후 6시 시간 기준 호르무즈 해협 내 대기 중인 한국 선박은 24척, 한국인 선원은 137명이다. 이들 선박은 정부 안내에 따라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인근 해역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현지 안전 상황을 점검하며 한국 선박의 순차적 통항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관련 국제 규범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내 우리를 포함한 모든 선박에 대한 자유로운 항행과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선박의 안전과 통항과 관련해서는 이란과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고, 미국 등 유관국과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전 합의는 정부가 검토해 온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 기여 방안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이 제안한 다국적 연합체 ‘해양 자유 연합’(MFC)과 영국·프랑스 주도의 다국적군 구상 등을 놓고 참여 여부와 방식을 검토해 왔다.
다만 한국군 자산을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하는 문제는 장병 안전과 이란과의 외교관계, 국내법 절차가 얽혀 있어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종전 이후 긴장이 완화될 경우 군함 파견보다는 항행 정상화 지원, 기뢰 제거 등 단계적 기여 방안이 우선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아덴만 해역에서는 청해부대 48진 왕건함이 해적 퇴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파견 시 청해부대가 우선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국방부는 다국적군 투입에는 종전 이후에도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제법과 국제 해상로 안전, 한미동맹 및 한반도 안보 상황, 국내법 절차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계부처와 현실적 기여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