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엔비디아나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도 도달하지 못한 대기록을 썼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잠정)을 시현했다고 7일 공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1810.3%나 급증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증권가 컨센서스(80조원 중반대)를 상회한다. 성과급 지급을 위한 20조원에 가까운 충당금을 고려하면 실제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00조원을 훌쩍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이번 분기 영업이익은 주요 빅테크의 실적을 웃도는 기록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와 2위인 엔비디아와 애플이 기록한 분기 최대 영업이익은 각각 535억 달러(약 82조원), 509억 달러(약 78조원)였다.
삼성전자의 호실적은 반도체 사업이 주도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실적은 잠정치라 사업부별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체의 97~98%에 달했을 거라고 본다. 사실상 전사 실적을 대부분 책임진 것이다. 올해 1분기 DS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비중은 93.9%였는데, 이 비중이 더욱 커졌다.
특히 D램·낸드 등 메모리 전반의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크게 뛴 게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했다. D램과 낸드 가격은 올해 1분기 전 분기 대비 80∼85%, 2분기 50% 상승했다. 업계에선 메모리의 수급 불균형이 내년 4분까지 해소되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38%로 1위인데, 공급자 우위 시장에에서 삼성전자가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용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점도 호실적으로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HBM4와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모듈 SOCAMM2를 동시 양산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김영진 핀릿 연구위원은 “3분기 판매가격 인상 등의 모멘텀이 내년까지 확고한 만큼, 전 세계 1위 생산 능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독점적 수혜가 예상된다”면서 “약점으로 지목되던 HBM 영역에서 첨단 공정 도입을 통해 하반기 최고속 HBM4 물량을 과점적으로 수주하며 기술적 록인 효과를 증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빅테크와 연이어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하고 중장기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 중인 점도 호재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1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370조∼380조원에 달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사업과는 대조적으로 세트 부문은 부진한 성적표를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모바일(MX)·네트워크 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에서 올해 2분기 영업적자를 냈을 거라고 추정한다. MX 사업부는 부품 매입 비용이 크게 늘어난 점이 부담이다. DA 사업부는 업황 둔화에 더해 중국 가전업체의 공세에 직면한 실정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DX 사업부의 경쟁력 약화가 발생 중”이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AI 투자 집중 과정에서 구매력 기반의 B2C 세트 수요는 판가 상승의 한계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