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증거인멸 및 유착 의혹으로 번진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미국 출장을 중도에 마치고 조기 귀국한다.
경찰청은 8일 언론 공지를 통해 유엔 경찰청장 회의(UNCOPS) 참석차 미국 출장 중인 유 대행이 당초 오는 11일까지 일정을 수행할 예정이었으나,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를 고려해 남은 출장 일정을 취소하고 10일 오전 조기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부친이자 광주 지역 현직 경찰관인 장 모 경감과 현지 수사팀의 유착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논의 중인 국면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 및 유착 의혹이 제기된 만큼 보완수사권 존폐를 둘러싼 논란에도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의 증거인멸과 유착, 제 식구 감싸기 등 각종 의혹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보완수사권 유지에 대한 우호 여론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 회부했고,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하는 국민의힘이 반발하는 등 격론의 무대는 정치권으로 확장됐다.
이번주 초 국가수사본부장이 “명운을 걸겠다”며 강력한 수사 의지를 드러낸 것만으로 이번 장윤기 사건의 실타래를 풀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한편 증거 인멸 혐의를 받는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광주광산서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팀은 이날 오후 장모 경감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앞서 보완 수사를 통해 장 경감의 증거인멸 혐의를 포착한 광주지검도 전날 광산경찰서를 압수수색하는 등 직접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검찰로서도 이번 사건이 보완 수사권 존폐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마지막 기회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만큼 수사 주도권을 두고 경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정성호 법무장관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은 분명히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수사에 대한 교차 검증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를 심도 있게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경찰 단계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검찰에서 보완했던 사항이 11개나 된다”고 강조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