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놓칠라”…P2P금융·캐피탈 ‘아파트론’에 몰리는 소비자

‘꼼수 대출’ 만연…규제 사각지대라 금리 높아도 소비자 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집값과 전셋값이 거침없이 고공비행을 하는 가운데 대출 통로는 막히면서 막차를 타려는 소비자들이 2금융권과 P2P금융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캐피탈사 등의 세칭 ‘아파트론’, 아파트 등 주택을 담보로 한 신용대출과 P2P금융의 주택담보대출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규제 사각지대에 위치한, 사실상의 ‘꼼수 대출’이며 대부업체를 낀 대출도 상당수여셔 금리가 꽤 높은 편이다. 그러나 당장 집을 사고 싶은 소비자들은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드는 흐름이다.

 

◆ 은행 이용하기 힘들어진 소비자들 2금융권으로 발길

 

2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2% 올라 1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가 지난 6일 22억원(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집계)에 거래되며 최고가 기록을 쓰는 등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연일 신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전셋값은 집값 이상의 급등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2% 올라 60주 연속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54주 연속 뛰었다.

 

이처럼 집값과 전셋값 상승세가 멈추질 않으니 더 늦기 전에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택을 매수하려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특히 전셋값까지 너무 오르자 전세에 머물려던 의사를 버리고 차라리 집을 사야겠다는 소비자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대출 통로가 꽉 막혀있다는 점이다. 현재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40%에 불과하다. 그나마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은 20%로 축소되며, 15억원 초과 주택은 아예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돼 있다.

 

‘6·17 대책’으로 전세를 낀 갭투자도 막혔다. 집을 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소비자는 대출을 받은 날짜로부터 최소 6개월 안에 입주해야 한다.

 

그간 많은 소비자들이 주택 매수를 위해 신용대출을 이용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신용대출조차 막힐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주식, 주택 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은 앞으로 시장 불안 시 금융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은행 등에 각별한 관리를 요구했다.

 

때문에 은행을 이용하기 힘들어진 소비자들이 2금융권으로 눈길을 돌리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69조3475억원으로 지난해 4월 60조원 돌파 이후 1년2개월 만에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생활안정자금이나 사업자금 목적으로 돈을 빌려간 뒤 주택을 매수하는 소비자들이 여럿 있는 걸로 안다”며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용도 확인이 쉽지 않은 점을 노린 수요”라고 진단했다.

 

그나마 저축은행 주택담보대출까지는 금융당국의 감시의 눈길이 닿는다. 때문에 아예 규제 사각지대인 캐피탈사 등의 아파트론이나 P2P금융의 주택담보대출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

 

지난해말 기준 신용카드사를 제외한 107개 캐피탈·리스·신기술금융사의 대출 규모는 76조7000억원으로 전년말(68조9000억원) 대비 11.3% 증가했다. 올해는 캐피탈사의 주력 품목이었던 자동차담보대출보다 아파트론의 인기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 ‘규제사각지대’…캐피탈사 ‘아파트론’· P2P금융 주택담보대출 인기

 

아파트론은 아파트 등 주택을 담보로 한 신용대출이다. 아파트 등 주택을 소유하거나 매수한 소비자들에게만 빌려주기에 사실상 주택담보대출과 성격이 비슷하면서 겉포장만 신용대출로 한 일종의 꼼수 대출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형식은 신용대출이라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에서 비껴나 있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캐피탈사나 저축은행 등에서 아파트론을 취급하고 있다”며 “2금융권 신용대출이라 대개 금리가 9~12% 정도로 꽤 높은 편이지만, 다른 대출 통로가 막힌 소비자들이 대출을 신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집을 사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 보니 금리 등에는 신경 쓰지 않고 돈을 빌려주기만 하면 환영이라는 소비자들이 다수”라고 덧붙였다.

 

그보다 문제시되는 건 완연한 규제 사각지대에 위치한 P2P금융이다.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44개 회원사의 올해 7월말 누적 개인 주택담보대출액은 1조2571억원에 달해 전년말(8624억원) 대비 45.7% 급증했다.

 

P2P금융의 주택담보대출은 대개 대부업체를 끼고 운영된다. 대부업체가 제공한 돈을 소비자에게 빌려주거나 아예 특정 대부업체를 소개해주는 식이다.

 

대부업체에서 빌리는 돈이라 주택담보대출이라도 금리가 보통 10% 이상이며 15%가 넘는 케이스도 많다.

 

그럼에도 대부업체는 은행 등 제도권 금융사와 달리 엄격한 LTV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점을 악용한 꼼수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P2P금융 관계자는 “대부업체에는 아직 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얼마든지 담보를 잡을 수 있다”며 “대부분의 P2P업체들은 LTV 최고 85%를 걸고 영업한다”고 설명했다. 27일부터는 P2P금융도 제도권 금융에 편입돼 LTV가 최고 70%로 제한되지만, 여전히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돈을 더 빌리고 싶은 소비자들이 몰려들면서 대부업체의 담보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말 7조원을 넘겼으며, 올해에도 증가세가 지속 중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 투자)’에 나선 소비자들에게 이미 금리는 고려사항이 아니다”며 “정부의 대출규제가 너무 강하다 보니 대출 한도만 늘려주면 높은 금리도 기꺼이 감당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과도한 대출규제가 결국 소비자들을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이들은 1금융권보다 금리가 훨씬 높아 자칫 다수의 소비자들이 ‘빚 지옥’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seilen7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