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김대한 기자] 이른바 ‘돈쭐(돈으로 혼쭐내다)’ 내주는 가치소비 캠페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업계에선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1980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판단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돈쭐 내주자’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등장했다. 최근 배고픈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대접해 선행을 베푼 가게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돈쭐’은 돈으로 혼쭐 내주자의 준말로 선행을 베푼 가게에게 소비를 집중해 가게 점주의 이익을 극대화시킨다는 뜻이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혼내다의 반어법과 그 변형으로, 어떠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옳은 행동을 했을 때 ‘이 사람은 돈으로 혼나야한다’는 뜻으로 생긴 신조어다.
지난달 ‘철인7호 홍대점’은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사연은 이렇다. 홍대점 점주가 치킨집 문 앞을 서성이는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공짜로 치킨을 먹이는 선행을 펼쳤다. 이후 형제는 잊지 않고 점주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본사에 편지를 보내면서 사연이 널리 알려졌다.
A군은 편지에서 “머리가 덥수룩하던 동생이 깔끔해져서 보니 점주께서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까지 깎아준 것이었다”면서 “미안해서 그 후로는 찾아가지 못했다. 처음 보는 저희 형제에게 따뜻한 치킨과 관심을 주신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런 훈훈한 사연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 널리 퍼지자, 소비자들은 이 가게의 선행을 두고 ‘아직 살만한 세상이다’, ‘돈쭐을 내주자’ 등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해당 브랜드가 배달의 민족 인기 검색어에 등극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소비자들은 “먼 데서 결제했는데 치킨은 안 받아도 된다”, “나중에 형제가 다시 방문했을 때 치킨을 전해달라. 우선 결제만 하겠다”고 ‘돈쭐’에 동참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대해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미닝아웃’(meaning·의미+coming out·드러내기)하며 기쁨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닝아웃’은 소비를 통해 자기 취향과 신념을 알리며 사회적 의미를 환기하는 것을 뜻한다. 주 소비계층으로 자리잡은 MZ세대는 공정·정의라는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애쓰는데,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기인 인터넷을 이용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종의 가치소비의 확산이다.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는 주 소비층은 젊은 세대다. 그 세대의 특징은 윤리적 소비 의식이 다른 세대보다 크다”며 “또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생활이 전반에 퍼져있기 때문에 사회성을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미담에 대한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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