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주형연 기자] 금융투자업계에선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와 세제 등이 완화돼 국내 자본시장의 선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규제의 초점보다 시장 활성화 위주로 제도가 개선돼, 기업과 개인이 상생하는 투명한 자본시장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의 대표 자본시장 공약인 ‘금융투자소득세(주식양도세) 폐지’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식 양도세는 주식 거래로 얻은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을 의미한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2023년부터 모든 투자자에게 금융투자소득 과세가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주식·채권·펀드 등으로 연간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을 거두면 과세표준에 따라 최대 25%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현재는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 대주주로 분류하고 대주주에게만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주식 양도세가 폐지되면 기업 인수합병(M&A) 측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거래세 대신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는 미국 증시와 비교했을 때, 양도세 부담이 없는 국내 증시로 큰 손이 몰려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식 양도세가 폐지될 경우 개인 증시 참여도가 한층 올라가면서 주식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증가할 것”이라며 “윤석열 시대를 맞아 시장은 주식시장 선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식 양도세가 폐지되려면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기에 시행 전부터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소득 종류 간 과세 형평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근로소득자에게는 소득에 대해 최대 49.5%(이하 지방소득세 포함)까지 세금을 부과한다. 부동산 양도소득자들은 최대 77%다. 주식 매각 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면 근로소득자 임금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 상속세 회피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2020년부터 개인들이 굴리는 규모가 커진 만큼, 반드시 고액 투자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부분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주식 양도세가 폐지될 경우 절세 기반의 금융상품 제공과 손익 상계를 위한 포트폴리오 제공을 통해 증권사 WM(자산관리) 변화 기대감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며 “주식 양도세는 내년에 시행될 예정이며 입법부에 야당 의원수가 많다는 점에서 향후 진행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주식 양도세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상장사 물적분할 요건 강화’ 여부도 업계 관심사 중 하나다. 물적분할은 상장사의 특정 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로 만들고, 기존 회사가 자회사의 주식 전부를 소유해 지배권을 확보하는 기업분할 제도다.
최근 LG화학의 자회사(LG에너지솔루션)가 물적분할을 거친 뒤 상장을 하면서 기존 모회사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산 사례가 있다. 모회사 핵심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상장할 경우 모회사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배터리 부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분할되자 LG화학의 주가는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이에 물적분할과 관련된 여러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는 새 정부에 지나친 규제는 지양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적분할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 일차적으로 모회사 수혜, 자본시장 선진화 측면에서 개인투자자의 권리 개선이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 특유의 문제점인 중복 상장으로 인한 주가 디스카운트 피해를 예방하는 취지로, 물적분할 제도가 개선되면 지주회사들의 주가에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장기적으로 소액주주 권리도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규제개선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임직원의 횡령·배임 등으로 인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잇따르는 것을 고려해, 기업의 상장 지속성이 존재할 경우 상장폐지가 되지 않도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장폐지보다는 관리종목 지정이나 장외거래소 이관 등의 방법으로 단계를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업계에선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자 국내 증권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를 극복하려면 부동산PF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기업금융(IB) 사업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메리츠증권이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 동안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이 호황을 누려 IB 위축을 감내할 수 있었지만 최근 증시 부진이 심화하면서 IB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며 “새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부동산PF 규제를 완화한다면 실적과 주가의 재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금융투자업계에선 자본시장 경쟁력 회복을 위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 규제를 완화하고 배임죄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정경제범죄법 취업제한 규정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사회·가버넌스(ESG) 공시 강화를 신중하게 검토해 달라는 요구와 ESG 관련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강조하며 “금융투자를 통해 국민의 자산을 증식하는 문화 조성, 모험자본 공급이 자본시장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며 “증권 관련 세제 선진화로 미래에 지속가능한 자본시장 투자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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