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유은정 기자] 보험·카드사 등 제2 금융권에서도 각종 규제로 인해 신사업 진출이 봉쇄되고 있다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보험업계에서는 의료공공데이터 개방 확대, 실손의료보험 청구 자동화, 헬스케어 진입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개편으로 3년 재산정 시기마다 반복되는 갈등의 고리를 풀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보험·카드업계는 관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러한 내용의 규제 혁신 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보험업계 “공공의료데이터 개방·빅테크와 형평성” 주장
우선 보험업계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헬스케어 산업을 위한 의료공공데이터 개방 확대를 원하고 있다. 현재 보험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공공의료데이터만 이용 가능해 활용이 제한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비식별화된 공공의료데이터를 보험사에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 당초 건보공단은 지난달 초 일부 보험사가 요청한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에 대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반대에 부딪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다는 이유로 심의 과정이 무기한 미뤄진 상태다.
또한 보험업계는 다른 금융권과 마찬가지로 빅테크(대형 IT기업)와의 불공정한 경쟁 환경이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현재는 경쟁 환경이 불공정한 만큼 보험사에는 신사업 진출을 위한 규제를 완화하고 빅테크에는 규제를 더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상반기에 카카오페이가 손해보험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험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는 빅테크에 대한 방카슈랑스 규제 준용, 우월적 지위 남용방지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차기 정부의 보험 관련 정책 변화와 영향’ 보고서에서 “빅테크가 금융업을 영위하면 동일 기능·동일 규제 기본 원칙하에 빅테크 생태계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데이터 이용 환경 개선·플랫폼에 대한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이해 상충 방지 방안 마련 등을 통해 디지털 혁신금융 생태계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청구 자동화도 보험업계가 오랜 시간 요구한 사안 중 하나다. 실손보험 청구 자동화는 실손보험의 누적 적자의 원인으로 꼽히는 과잉진료를 해결할 효과적인 방안의 하나로 꼽힌다. 보험업계뿐 아니라 소비자도 편의성 제고를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관련 법안이 좌초되면서 보험업계의 숙원 사업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자동차보험의 그림자 규제 철폐, 보험금 원가를 반영한 보험료 책정 등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사고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자동차보험은 4년 만에 흑자를 냈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3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는 등 자동차보험의 누적 적자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경상환자 보상 규제 합리화를 위해서는 상해 급수 조정, 향후 치료비 지급 관행 철폐 등 대인배상 보험금 한도 합리화, 상해 입증 등 경상환자 치료 프로세스 확립 등이 논의돼야 한다고 손해보험업계는 주장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속해서 적자에 시달리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시장의 정상화 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나아가 보험사가 신사업 진출, 신상품 개발 등 장기적인 발전을 하려면 디지털 혁신 시대에 맞춰 낡은 규제를 합리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카드업계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선 시급”
카드업계가 가장 원하는 규제 완화 사안은 바로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이다. 카드수수료 체계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돼 적격비용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2012년 이후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통해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을 시행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총 4차례에 걸친 수수료율 재산정이 이뤄졌고 영세가맹점을 중심으로 수수료 부담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동시에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카드사 본업인 신용 판매 부분의 수익이 줄어들면서 대출 등 부수 사업 부문에서 손해분을 채우고 소비자 혜택이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적격비용에 기반한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과 카드업계가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수수료에 대한 합리적인 제도가 개선되길 바란다”며 “적격비용은 실제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산정하다 보니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나아가 카드업계 역시 다른 금융업권처럼 빅테크에 대한 규율 체계를 개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동일 기능·동일 규제 기본 원칙에 따라 간편결제사도 수수료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카드업계는 빅테크 간편결제 수수료가 카드사 수수료보다 높지만 아무 규제도 받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또한 카드사들은 규제로 인해 빅테크가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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