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원횡령 우리은행' 회계법인 감리

614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지난달 3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금융감독원이 직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우리은행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안진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 착수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장 조사를 거쳐 금감원이 정식 감리에 착수할 경우 안진 회계법인이 보관하고 있는 감사조서에 담긴 내용이 회계법인 측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초 횡령이 발생한 시점이 약 10년 전인 만큼 의무 보관 기간이 지난 감사조서가 남아 있지 않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감사조서란 감사인이 감사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감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을 기록한 것을 말한다. 이는 감사의뢰인이 보유하는 기록과 감사인이 작성하는 감사보고서를 연결해 양자의 정확성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금감원이 현장조사 작업을 거쳐 정밀 감리에 돌입할 경우, 감사인 측에 감사조서 등의 열람 및 제출 요구를 하게 된다.

 

 다만 현행법에 따르면 감사인의 감사조서 의무 보관 기관은 8년이다. 이 기간이 지난 자료의 경우 열람이 어려울 수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횡령 사고가 벌어진 것은 2012∼2018년으로 우리은행 직원 A씨는 2012년 10월 12일, 2015년 9월 25일, 2018년 6월 11일 등 세 차례에 걸쳐 614억5214만6000원(잠정)을 미상의 계좌로 빼돌렸다.

 

 안진 회계법인은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은행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를 맡았으며 이 기간 우리은행에 ‘적정’ 감사 의견을 내고 내부회계관리제도에는 합격점을 줬다.

 

 최초 횡령 발생 시점인 2012년부터 2014년께까지의 감사조서는 의무보관 기간(8년)을 지났기 때문에 폐기됐을 가능성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당시 외부감사를 맡았던 안진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처벌을 받게 된 데에도 감사조서 변조 등이 원인이 됐다. 당시 수사 결과 안진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대우조선해양 측 회계 조작과 이중장부 기록 사실을 확인하고도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거짓으로 기재하고, 당국의 감리 과정에서 감사조서를 변조해 제출한 것이 드러난 바 있다.

 

 최근 2200억원대 횡령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 사건과 관련해서도 피해 소액 주주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측이 회사의 외부감사인이었던 삼덕회계법인의 감사조서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할 만큼 감사조서는 중요한 증거로 여겨진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달 29일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회계법인은 감사를 할 때 시재가 확실히 존재하는지 그리고 재고 자산으로 존재하는지를 꼭 봐야 한다”며 “회계법인이 외부 감사를 하면서 왜 이런 것을 놓쳤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 내부 감사를 통해 직원 A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우리은행에서 10년 넘게 재직한 차장급인 A씨는 횡령 당시 기업개선부에 있었다. 횡령금 대부분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우리은행이 돌려줘야 하는 계약보증금인 것으로 파악됐다.

 

jhy@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