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했고, 내년 전망치는 중국경제 향방에 따른 국내 파급 영향과 국제 에너지가격 등 불확실성이 커 소폭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5%로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올해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흐름이 유지되다 내년에 상승 폭이 둔화될 것으로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
24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월과 같은 연 1.4%로 제시했다.
한은은 부동산 위기를 포함한 중국 경제 둔화, 수출 감소세 지속 등에도 불구하고 올해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성장 경로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올 2분기 중에는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3분기 들어와 소비와 수출 개선 흐름이 다소 주춤한 상태다. 하반기 이후에는 완만한 소비회복, 수출부진 완화 등으로 점차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월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가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3개월 뒤 0.1%포인트(p) 낮춰 조정한 바 있다.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예상과 같지만,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5%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며, 아시아개발은행(ADB)와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연구원의 1.3%보다는 높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한 것은 중국 부동산 위기, 미국 긴축 지속 우려 등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기존의 '상저하고'흐름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전망치를 유지한 것은 국내 펜트업(pent-up·코로나19로 지연된 소비 재개) 약화, 중국경제의 더딘 회복세, 미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긴축 우려 등 하방요인과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 미국경제 연착륙 가능성 증대 등 상방요인을 함께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중국경제는 부양조치 등에 힘입어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동산시장 침체,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 구조적 리스크 요인과 미중 갈등 등의 영향으로 회복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KDI는 지난달 우리 경제가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다'고 판단한 데 이어 8월 경제 동향에서는 "경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6.3%까지 상승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21개월 만에 2%대로 둔화됐고 고용도 호조세를 이어가는 등 경제 여건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서도, 미국·중국의 성장세 둔화, IT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 등 금융시장 곳곳에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특집에서 "경제 성장 개선 흐름은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연간 성장률은 당초 전망보다 낮은 1.4%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IT 부문 중심의 수출회복 등에 힘입어 성장세가 상반기 대비 2배 수준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올해 1.4%, 내년 2.2% 성장하는 기본 전망 외에 향후 주요국 경기흐름, 원자재가격 추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점을 고려, 대안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한은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5월 당시 2.3%에서 0.1%p 하향한 2.2%를 제시했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3.5%와 2.4%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과 같은 것으로, 올해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훨씬 웃도는 인플레이션 흐름이 유지되다가 내년에 상승 폭이 둔화될 거란 전망이다. 소비자물가는 이달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70억 달러로 5월 전망치(24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연초 수출 부진 심화 등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하반기에는 중국 단체관광 허용 등의 효과라 상반기보다 흑자 폭이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올해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29만명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은 지난 전망(3.0%)보다 낮은 2.9%로 전망했다.
고용상황에 대해 한은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수 증가세가 둔화되겠으나 서비스 부문의 노동수요가 양호한 가운데 여성, 고령층의 노동공급이 늘면서 증가폭 둔화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