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앞두고 배추·소금값 '들썩'…“차라리 사먹을래요”

배추·소금·고춧가루 등 김장 재료 일제히 올라…생강 가격은 두 배로
정부, 이달 중 '김장재료 수급 안정대책' 발표키로
"작황 부진·물가 상승 대비한 수급 대책 뒤따라야"

광주시 송정매일시장에 강원도산 배추가 진열돼 있는 모습. 뉴시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주부 유 모씨(35)는 김장철을 앞두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배춧값을 비롯해 김장 재료의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유 씨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김장용 굵은소금을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최근 들어 소금뿐 아니라 절임배추 가격까지 올라 김장 비용이 예년보다 많이 들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최소한의 김치만 직접 담그고 부족한 김치는 친정에서 얻어 먹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서울 대방동에 사는 직장인 권 모씨(41)도 치솟은 김장 물가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권 씨는 “김장철을 앞두고 채소 가격이 급등해 고민이다”면서 “그렇다고 중국산 김장 재료나, 색상과 모양이 고르지 못한 ‘B급 채소’로 담근 김치를 딸 아이에게 먹이긴 미안해서 아내와 상의해 시중에서 파는 김치를 사먹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올 김장철에 또다시 ‘김치대란’이 벌어질까. 본격적인 김장철을 한 달 여 앞두고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김장의 주재료인 배추를 비롯해 소금, 고춧가루 등 여타 부재료값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지난 4월(3.7%)에 이어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특히 식품은 전년 동월 대비 4.6%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 폭을 넘어섰다. 전달에 비해서도 0.9% 올랐다. 신선채소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5.7% 하락했지만, 한 달 전에 견줘선 4.3%나 상승했다.

 

 최근 김장 주재료인 배춧값이 뛴 점도 우려스럽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고랭지 배추 1포기 가격은 6826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5485원) 대비 24.5% 급등했다. 시중엔 배추 한 포기를 1만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다.

 

 여타 부재료 가격도 오름세다. 고춧가루는 1㎏에 3만5966원으로 지난해(3만1725원) 보다 13.3% 상승했다. 깐마늘, 양파, 쪽파의 가격은 각각 한 달 새 10% 넘게 올랐다. 생강 1㎏ 가격은 1년 새 두 배 넘게 치솟았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이달 중 배추·무 할인지원 등 김장재료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김장재료 수급 안정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배추·무 할인 지원, 정부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서민의 김장 부담을 덜겠다”고 설명했다.

 

 김장 물가가 뛰는 건 공급과 수요 간 불균형에 따른 것인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작황 부진과 물가상승에 대비할 김장 채소 수급 안정대책이 필요하다”며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김장 채소에 대한 수매 및 방출 확대 등 적극적인 김장물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정교한 시장 수요분석과 작황 예측을 통해 농가에 적절한 재배규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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