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서 못 사먹어요” 외식물가 또 꿈틀… 햄버거·맥주 가격인상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동작구에서 사는 최 모씨는 가족과 함께 M사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가격이 또 오른다는 안내문을 봤다. M사의 경우 2021년부터 매년 가격 인상을 단행해왔고, 특히 올해는 벌써 두 번째 인상이다. 최 씨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햄버거 매장을 자주 찾는데, 2∼3년 동안 수차례 300∼400원씩 가격을 인상하니 이제는 부담스럽다”라며 “정부가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데, 체감하기가 힘들다. 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지갑 걱정을 해야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최근 햄버거와 맥주 등의 가격 인상이 결정되면서 둔화세를 보이던 먹거리 물가가 다시 오르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중 외식 부문은 118.3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9% 상승한 수치다. 올해 국제유가 상승, 전쟁 등 국제 정세, 기후적 요인에 따른 원가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정부가 물가 안정화에 나서면서 월별 동향은 지난 4월 이후 둔화세를 그려왔다. 당시 전년대비 상승률 7.6%를 기록한 뒤 계속해서 5개월 연속 둔화했다. 지난달 상승률도 0.2%가 감소했다. 

 

 가공식품의 물가 상승률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7.5%로 높아지고서 7월 6.8%, 8월 6.3%, 지난달 5.8% 등으로 석 달 연속 둔화세가 이어졌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정부가 식품·외식업계에 물가 안정 동참을 요청하는 상황에서도 최근 햄버거와 맥주 가격 인상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외식물가 인상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식품·외식 부문은 상위 한 개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기업들이 따라가는 흐름”이라며 “진정세를 보이던 먹거리 물가 부담이 다시 가중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비맥주는 지난 11일부터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오비맥주가 국산 맥주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햄버거 가격도 오른다. 맘스터치는 오는 31일부터 닭가슴살을 원료로 쓰는 버거 4종의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맥도날드는 내달 2일부터 13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3.7% 올린다. 맥도날드의 가격 인상은 올해 2월 이후 단 8개월 만이다.

 

 이들 기업은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으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고금리로 인해 금융 비용동 늘고 인건비, 전기·가스요금 등도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다른 주류, 버거 업체들은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며 정부 눈치 보기를 하고 있으나 중동 상황 등 글로벌 환경에 따라 언제든지 입장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격화 등 중동 상황이 국내 먹거리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 인상의 체감 속도가 가파르다. 2년전과 현재의 소비자물가지수를 비교하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식용유의 경우 2년 전과 비교하면 55.1%나 가격이 올랐고, 밀가루는 2년 전보다 44.8% 상승했다. 빵 가격은 21.7% 높다. 외식 물가도 2년 전보다 14.3%나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칼국수 물가는 16.1% 높고, 치킨도 15.6% 각각 상승했다. 햄버거와 자장면은 각각 19%대 상승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인상이 불가피하고, 소비장 입장에서는 너무 부담스럽다. 이에 정부는 안절부절”이라며 “궁국적으로 이런 흐름이 향후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경제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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