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호무역 도미노 현상에 대비가 필요하다.

정민 법무법인(유) 지평 경영컨설팅센터 BI 그룹장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에 맞서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바이든-해리슨 행정부는 지난 13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301조 관세인상 최종안을 발표했다. 이에 철강・알루미늄은 기존의 7.5%에서 3배 수준인 25%로, 전기차는 현행 25%에서 100%까지 인상하는 등 전략산업에서 관세를 대폭 인상했다. 전기자동차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의 관세 조치는 오는 27일부터 적용된다. 여기에 중국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추가 조치 뿐만 아니라 반덤핑・상계관세 등의 수입규제 조치도 더욱 강화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국내 산업 보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대선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동맹과의 안보 협력, 첨단산업 분야의 리더십 확보, 미국 내 일자리 보호 등의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던 주요 정책 기조를 대부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10%의 보편 관세와 60%의 대중 관세 등을 내세우며 트럼프 1기보다 더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예고했다. 향후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더 심해질 게 분명하다.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 토론에서 두 후보 모두 미국과 미국인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미국에 이어 주요국의 관세인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캐나다도 전기차 등에 대한 대중국 수입관세율을 인상에 동참하며 중국의 보조금 정책을 불공정한 행위로 지적했다. 이에 중국은 맞불 관세 검토, 반덤핑 조사 착수 등 다각도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관세인상 도미노 현상이 교역 분절 추세에 지정학적 갈등 구조와 맞물려 글로벌 무역 갈등 확대, 공급망의 불안정성 확대, 무역 구조 재배치 가속 등의 강력한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 

 

보호무역 도미노 현상은 무역정책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관세인상에 따른 가계 구매력을 약화, 소비, 투자 등에 부정적인 경제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얼마 전 전 세계무역기구는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최빈국에 타격을 주고, 부유한 국가에도 생산 비용 등이 높아지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지난해 국제통화기금은 지정학적 블록이 형성되는 등 세계 경제 무역 분열이 극에 달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7%가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글로벌 통상 환경이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인상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 강화 등의 새로운 규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선진국은 무역 흑자국인 한국에 대한 통상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들도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늘리고 있다. 여기에 미·중 갈등과 경쟁 심화에 따른 블록화 등 셈법이 복잡해졌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실리를 앞세워 동맹국 압박도 불사하겠다는 미국 주요 대선 후보들의 움직임과 기술 규제나 지적재산권 등 새로운 형태의 통상 압력을 상수로 놓고 우리는 대처해야 한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미·중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민첩한 대응력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중국 때리기’에 동참하라는 압박에서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우리는 중국의 보복과 중국 기술 굴기를 야기하는 역풍에도 대비가 필요하다. 미국 대선의 향방에 따라 더 암울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도체 지원법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등을 시사해 미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의 큰 악재로 다가올 수 있고, 높은 관세 적용으로 다른 국가들과의 분쟁이 심화해 교역 하방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 

 

세계 무역이 다시 불확실성 시대로 접어들었다. 대중국 수출 및 투자·협력에 대한 전략의 재검토 등 다각적인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새로운 형태의 통상 압력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선제 대응이 필요한 만큼 지혜를 모아 총력전을 준비할 때다. 또한 초격차 기술 개발, 인재 육성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자체 생존력을 높여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궁극적인 해법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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