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날 듯 끝나지 않은 강남 바로세움 3차(현 에어프로스퀘어) 빌딩 소송전에 또 다른 문이 열렸다. 최근 재판부가 건물 소유권이 시행사인 시선알디아이 측에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 6-2 민사부는 지난달 13일 시행사가 시공사를 대상으로 건물의 보존등기와 변경등기가 불법행위에 의해 이뤄졌고, 강행규정을 위반했다며 등기 무효 확인을 구하기 위해 했던 ‘예비적 청구’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각하 결정은 재판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통상적인 이유가 아니고 등기 무효 확인 소송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시선알디아이)는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 지위에 있음을 이유로 하여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다거나 신탁원부상 1순위 우선수익자를 원고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것이 원고의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각 등기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그 목적을 달성할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시선알디아이가 건물 소유자 지위에 있음을 암시적으로 표현했고, 곧바로 소유권 이전 소송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도 담았다. 소유권 회복을 위한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을 알려준 셈이다. 시선알디아이는 조언대로 소유권 이전 소송을 제기했다.
시선알디아이 측이 예비적 청구를 한 것은 지난해 8월 말 패소한 소송에서 당시 재판부가 이 등기 관련 사항을 전혀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분등기(보존등기)는 독립성이 존재해야 하고, 소유권이전등기는 거래 대금이 오가야 하는데 3회 이전 과정에서 모두 계약금은 0원이어서 명의신탁 의혹이 있고 그 소유권이 이전된 곳은 전부 시선알디아이와 소송 중인 대기업들이었다.
지난해 재판부가 이 사항들에 대해서 조목조목 옳게 판단해주었다면 예비적 청구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건물은 아직도 구분건물로 벽체∙바닥 내부공사를 하지 않아서 독립성이 없는 미완성 상태이고, 등기가 등기국 업무 종료 시간인 18시를 넘겨 처리됐다. 또 등기 시 명판과 등기관 직인이 기존 것과 다르다. 특히 두산 측과 서초구청에서 시선알디아이의 집합건축대장 및 토지대장 내 명의를 삭제한 사실 등에 대해서도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는 이유가 가장 궁금하기도 하다.
바로세움 3차 빌딩 소유권 다툼은 준공 시점인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됐다. 현재까지 원소유주인 시행사(시선알디아이)가 시공사(두산중공업), 신탁사(한국자산신탁), 금융권(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소유권 회복을 위한 소송을 10여년 이상 진행하고 있다. 이 사건에는, 시선알디아이 측의 법률대리인이었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판결을 맡았던 권순일 전 대법관이 펀드 투자자로 참여한 정강(우병우 가족회사) 등 유력 법조인들도 이름을 올려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박 전 특검은 시선알디아이 측에 당시 현금 50억 원과 상가 1호실을 요구해 50억 클럽의 원조임을 알리기도 했다.
거물급 법조인과 대기업, 국가(관공서) 등이 끈끈하게 얽힌 이 사건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십년 넘도록 소유권 회복을 외치는 시선알디아이 김대근 대표는 여전히 “법대로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명백한 증거들과 정황들에 대해 아직도 명쾌하게 판단한 재판부는 없었다. 예전에 판단되지도 않은 판결을 기초로 “예전에 판단되었다, 동일하다”, “성립되지 않는다”가 전부였고, 재판부가 말해온 예전은 2014년 등기 소송이 아닌 소송에서 원고인 시선알디아이의 패소 때를 가리킨다. 그런데 재심이 열린 것 자체로 예전과 현재의 소송 내용은 다르다는 게 증명된 것이고 또 지난 2019년 재심 때부터 제출한 증거가 새로운 것이었기에 재심이 열렸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소송도 기각이 아니라 각하가 되는 게 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따져보니 불편한 것인지,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는지 지금까지 모두가 잘 버텨왔던 셈이다. 이제는 그냥 법대로만 하면 다 끝날 일이다. 이번 재판부의 각하 결정과 그 설명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동안 비본질적, 비법률적 근거를 들어 오만하고 황당한 논리로 대기업들에 면죄부를 준 판결을 한 것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헌법과 법률에 대해 아무런 고민 없이 결코 허용할 수 없는 판결이었음에도 잘못된 재판을 신속하게 판단하고 정정하지 않으면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는 바로 무너진다. 대한민국 법관윤리강령과 헌법과 법률에 의한 양심에 따라 판결하도록 헌법 제103조가 존재한다. 법 적용은 사실에 기초한 것이지, 사실이 아닌 허상을 만들어 적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고 침해의 최소성 원칙과 사법정의에 따라서 판결하라는 것이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