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오세훈이 쏘아 올린 너무 큰 공

 부동산 시장이 시끌시끌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토허제)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투기 거래가 성행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땅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설정하는 구역을 뜻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토지 용도별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 거래는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직접 거주 또는 운영 목적이 아니면 매수할 수 없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아파트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5년 만에 해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불합리한 규제 철폐 필요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토허제를 풀자마자 강남권 집값은 급등했고, 갭투자와 투기가 증가했다. 이에 오쏘공(오세훈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서울시는 지난 9일 배포 자료에서 “부동산 가격상승 기대심리로 호가가 상승했으나 실거래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고 했다가 지난 17일 ‘거래량이 70% 늘고 매매가격은 2.7%(중형 기준) 상승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하며 말을 바꿨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부와 서울시는 다급히 진화에 나섰다. 규제 해제 후 35일 만에 입장을 바꿔 토허제를 재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오히려 규제 적용 대상이 애초 서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의 모든 아파트로 확대됐다. 

 서울시의 정책 오판과 오락가락 행보에 시장은 대혼란과 분노에 휩싸였다. 수요자들 사이에선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며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애초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가 토허제 확대 재지정으로 피해를 보게 된 주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졸속으로 결정해 이번 사태를 야기한 오 시장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야당은 물론 오 시장의 아군인 여당 내에서도 “서울시 역사에 최악의 오락가락 시정으로 기록되지 않겠냐”, “주민들에 대한 기만이며 오락가락 행정의 극치”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실책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치밀하지 못했다. 불합리한 규제 철폐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세밀한 효과 예측 및 분석과 적정한 시점 선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시장 혼란과 외려 추가 규제를 야기했다. 시장 추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섣부른 규제 철폐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힘들다.

 

 또 서울시는 불과 한 달여 만에 주택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며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이전에도 부동산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번 토허제 재지정 사태로 정책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부와 지자체는 신중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확고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는 더욱 침체하거나 나락으로 떨어진다.

 

 오 시장이 쏘아 올린 공은 너무 크다. 허술하고 일관성 없는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정치인, 행정가들은 여러모로 오쏘공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정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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