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법원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7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A 씨는 과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장으로 일하다 2016년 중국 반도체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로 이직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 정보를 빼돌렸다. A 씨와 함께 반도체 원자층증착(ALD) 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던 B 씨에겐 징역 2년 6개월 형이 선고됐다.
최첨단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기술을 빼낸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03년부터 약 20년간 탈취된 첨단기술이 550건을 훌쩍 넘는다. 피해 규모는 100조원에 달한다. 낮은 처벌수준, 협소한 처벌범위가 산업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를 키운 셈이다.
국가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해 처벌 수준을 높였다. 오는 7월부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데 따른 벌금 상한이 높아진다. 특히 국가핵심기술이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기술유출 행위를 한 자에 대한 벌금형이 현행 15억원 이하에서 65억원 이하로 상향되고, 산업기술에 대해서는 벌금 수준이 현행 1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갑절 늘어난다.
산업기술 유출행위에 대한 처벌대상도 확대된다. 비밀유지의무자의 산업기술 반환 등에 대한 거부∙기피 행위의 목적과 무관하게 행위 자체만으로 위법성이 인정되도록 했다. 현행법이 규정하는 금지되는 침해행위 중 일부는 고의성 또는 목적성이 있어야만 침해행위가 성립한다는 조항이 사실상 처벌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문제를 개선한 것이다.
산업기술의 유출 및 침해행위에 대한 규제가 국외에서 발생한 행위에도 적용됨을 명시한 점도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특징이다. 국내 기술 유출이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지는 현실이 고려됐다. 즉 해외 현지 법인에서 발생하는 기술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도록 한 것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선 그 의미가 적잖다.
하지만 여전히 허점이 많다. 산업기술 유출이 초래할 막대한 피해를 고려하면 여전히 처벌 수위가 낮다. 일례로 첨단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자가 현행법이 매기는 벌금 상한보다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럴 땐 법상 범죄예방기능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주요 기술 선진국은 처벌 형량이 높다. 미국은 피해액에 따라 형량을 가중한다. 산업기술의 해외유출에 따른 피해액이 5억5000달러를 넘어설 경우 최장 33년9개월 징역형에 처한다. 대만은 3년 전 개정 시행한 국가안전법을 통해 국가핵심기술의 영업비밀 취득 또는 취득 후 사용 및 누설하는 경우 간첩행위로 처벌한다. 최장 12년간 징역형과 한화로 약 42억원의 벌금을 병과한다.
현행 양형기준상의 감경요소에 대한 재검토도 절실하다. 형사 처벌전력이 없거나 진지한 반성을 했다고 해서 처벌 수준을 낮추는 사례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그간 형사처벌 전력이 없었다는 이유로 형을 감경한 사례는 전체의 절반이나 됐다.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다거나 피해를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이유로 처벌 수위를 낮춘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이들을 생계형 좀도둑처럼 간주할 순 없다.
기업들도 기술인재를 지켜내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기술 노하우로 탁월한 성과를 낸 최고급 인력이라면 파격적인 대우로 붙잡아야 한다. 임원이나 총수보다도 많은 성과금을 지급하거나 종신 고용을 보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힘들게 개발한 첨단기술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기업의 미래는 물론, 국가의 경제안보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