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김병주 대표가 설립한 국내 사모펀드 운영사인 MBK파트너스가 뜨거운 화두의 중심에 섰다. 바로 사모펀드 망국론이다.
사모펀드 운영사가 인수한 한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이것이 곧 국내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주장인데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강력한 인공지능(AI) 기술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 A사가 있다. A사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김모 대표는 AI로 필요한 구매 물품을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으로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면서도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연구개발비와 인건비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A사의 최고경영자는 늘 기술개발과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비상 상황을 대비해 어느 정도의 현금 확보가 필요함에도 이 최고경영자는 무조건 기술개발과 인재 투자에 매진해왔다. 그 결과 A사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혁신기업으로 칭송을 받았고 10년 이상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게 됐다.
기업 상장을 통해 투자까지 유치한 A사는 어느날 세계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황기에 위기를 맞게 된다. 주가는 곤두박질 치고 기업 경영의 위기로 회사의 존폐마저 위협받게 된다. 그러던 중 국내 대규모 사모펀드사인 B사로부터 기업 투자 제안을 받게 된다. 가뭄에 단비와 같은 투자금을 주겠다는데 A사의 김 대표는 경영진과의 논의 끝에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경영 위기를 타개한 A사였지만 기업 지배 구조는 바뀌고 만다. A사 지분 50% 이상을 확보한 대주주 B사는 그동안 연구개발비와 인건비에 투자했던 A사의 영업 이익금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요구하기 시작한다. 이를 거절할 시 경영권을 빼앗겠다는 엄포를 놓는다. 결국 이에 굴복한 김 대표와 A사 경영진은 점점 회사 수익금 대부분을 B사에 빼앗기고 연구개발이나 직원 처우 개선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빠진다. 시장 경쟁에서 도태한 A사는 부도 위기에 몰리고 B사는 주가가 더욱 떨어진 A사를 아예 인수해버리고 김 대표와 경영진은 모두 쫓겨나게 된다. 한때 우리나라 혁신기업으로 통하던 A사는 B사의 통제 하에 인원 감축과 연구소 매각 등으로 단기 수익성을 개선한 상황에서 매물로 나온다. 국내 기업들이 거들떠 보지 않는 가운데 A사의 혁신 기술을 탐내던 이웃나라 중국에서 러브콜이 들어오고 결국 A사는 중국 IT대기업 C사에 팔리고 만다.
2년 후 C사는 A사 한국인 기술진과 일부 직원을 중국으로 빼돌린 후 A사의 부동산과 일부 자본금을 회수한 후 폐업 정리해버린다. 국내 여론은 들끓고 남겨진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싸움에 나서지만 A사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고 만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사모펀드 운영사가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등 국내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기업들을 인수한 후 경영하면서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쉽게 하고자 극단적인 사례를 든 것이다.
사모펀드 또는 사모투자펀드(PEF)는 MBK와 같은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출자받아 기업이나 채권,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보는 펀드로 대표적인 금융투자상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경제 어려움이 극에 달했을 때 기업에는 전당포 같은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OB맥주와 아웃벡스테이크하우스 등 사모펀드 운영사가 투자해 기사회생하게 해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부 사모펀드 운영사는 불법과 탈법을 서슴지 않으면서 투자 대상 기업을 망하게 하거나 더 나아가 해당 국가 경제를 파탄내기도 한다.
결국 사모펀드는 사람을 해칠 수도 있고 음식재료를 자르거나 꼬인 줄을 끊어내는 등 사람에게 도임이 되기도 하는 칼 같은 존재다. 더구나 자본 투자를 하는 이들에게는 수익을 내주는 상품이기도 하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제대로 규제하고 불법과 탈법에는 엄격히 처벌하는 신상필벌의 원칙이 적용돼야만 우리 산업 경쟁력도 지키고 자본 투자도 원활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MBK의 홈플러스는 상품 공급기업과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만큼 경영이 파탄나기 직전이며 관련한 투자 상품으로 인한 피해자도 발생한 것이 확인됐다. 가만히 놔둬선 안될 만큼 정부 개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준호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