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트럼프의 지독한 나르시시즘, 美 경제 망친다

김민지 경제부장

 

‘나르시시즘.’ 자기 자신을 사랑하거나 훌륭하다고 여기는 것을 뜻한다. 인간은 누구나 나르시시즘 성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현실과 욕심 사이의 간극, 그것을 메우려는 욕망의 크기.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다.

 

나르시시즘이 과도한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타인을 평가하며 세상의 관심을 받길 원한다. 그렇다 보니, 자신에 대한 비판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나르시시즘이 강한 인물이다. 그의 막가파식 행동의 원인을 나르시시즘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트럼프가 강한 권위의식과 공격성, 야망 등이 복합된 ‘악성 나르시시즘’에 걸려 있다고 진단한 전문가도 있다.

 

본인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 자평하고,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구호를 외치는 것도 나르시시즘 성향이 높기 때문이라고 봤다.

 

하지만 그의 신념과 아집은 시간이 갈수록 미국 경제를 뒷걸음 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증시는 트럼프 취임 이후 관세전쟁 역풍으로 꼬꾸라졌다. ‘미국 우선주의’가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최근 한 달새 6%나 하락하며 최악의 1분기를 보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지출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뉴욕증시의 대표지수인 S&P500 지수는 지난 1분기 동안 4% 넘게 하락했다. 2022년 3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그간 미국 증시 랠리를 주도하던 빅테크 주식도 나란히 추락하며 짧았던 봄을 마무리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연초 이후 10% 넘게 떨어졌다.

 

월가의 대표적 기술주인 엔비디아는 지난 1분기 동안 20% 가까이 추락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테슬라도 36% 급락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도 각각 10% 하락했다. 실망스런 성적표는, 불장(주식 강세장)을 호언장담한 전문가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잘나가던 가상자산 마저도 털썩 주저앉았다. 올해 1분기 가상자산 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은 18%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하는 비트코인이 10% 이상 하락했고, 이더리움과 도지코인은 50% 가까이 급락했다. ‘나만 옳다는 독선과 오만’이 불러 온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유럽과 중국 증시는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유럽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세간의 인식을 뒤집고 있다. 유럽 주식은 지난 1분기 동안 미국 증시 수익률을 넘어섰다.

 

독일 증시는 올해 들어 10.68% 상승하며 10년 만에 최고의 1분기를 보냈다. 유럽 대표지수인 스톡스600은 같은 기간 4.55% 올랐다. 독일이 방위비를 대규모로 증액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중국 증시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중국 증시는 인공지능(AI) 붐과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까지 타고 순항 중이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 1월 ‘딥시크 충격’ 이후부터다. 제2의 딥시크가 중국에서 쏟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홍콩 항셍지수는 올 들어 18.96% 상승하며 강한 반등세를 보였다.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국내 시장은 여전히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동조화(커플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도 탄핵 정국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트럼프 정책은 그의 성격 만큼이나, 변덕스럽고 유별나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언제든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지금 보다 더 큰 파도가 덮쳐 올 수도 있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를 지키는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미국에 편중된 수출처를 다변화하는 것도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꼭 풀어야 할 숙제다. 그래야 우리의 허점을 뚫고 ‘악성 나르시시즘’을 마구 휘두르는 불통·독단의 리더들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모든 세상사가 그렇듯, 영원한 1등도, 영원한 자리도 없다. 매서운 추위 뒤에는 훈풍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우리 경제에도 따뜻한 봄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김민지 경제부장

 

김민지 기자 minj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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