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나 용산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비싼가요.”
지난 주말 서울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 견본 주택을 다녀온 한 방문객의 한숨이다.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청약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단지다. 이문·휘경 뉴타운 내에서도 손꼽히는 대단지(4321세대)며 1호선 외대앞역이 바로 앞에 있다. 여기에 우수한 초·중·고 학군에 한국외국어대와 경희대 등 대학가도 가깝다.
지난 30일부터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청약 일정에 돌입했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다. 30일 특별공급 청약 685가구 모집에 4100명이 접수해 5.9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유가 있다. 비싼 분양가 때문이다.
이문 아이파크 자이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3550만원으로, 전용면적 84㎡ 타입별 최고가가 12억599만~12억1284만원(테라스하우스 3단지 제외)이다.
같은 이문·휘경 뉴타운 내에서 지난 4월 분양한 ‘휘경자이 디센시아’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9억6000만~9억7600만원(3.3㎡당 2930만원), 8월 분양한 ‘래미안 라그란데’는 전용면적 84㎡ 기준 10억7800만~10억9900만원(3.3㎡당 3285만원)이었다.
상반기 타 지역 인기 단지와 비교해도 비싸다. 지난 3월 분양한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특공 최고 경쟁률은 592대1이었다. 전용 59㎡ 기준 분양가가 8억6000만원이었고, 84㎡가 11억6600만~11억7900만원이다. 3.3㎡당 평균은 이문 아이파크 자이보다 140여만원 적은 3411만원이었다.
서울 성동구의 G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그 정도 가격이면 3∼4년 전 강남3구 신축 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가격이라는 소리도 있다”며 “고금리 여파로 분양가가 높아졌지만 고분양가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있다”고 말했다.
이문 아이파크 자이가 좋은 입지와 상품성에도 특공 경쟁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지난달 분양한 서울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처럼 무더기 미계약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생겼다. 호반써밋 개봉은 특공 경쟁률 14.8대1로 이문 아이파크 자이보다 두배 이상 높지만 38%가량이 계약을 포기했다.
최근 주택 거래량은 하락세다.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8월 3849건에서 9월에는 3354건으로 줄었다. 30일 기준 10월 거래 신고는 958건으로 폭락했다. 때문에 저조한 경쟁률이지만 실제 계약 건수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다. 평균 분양가 차이가 크지 않은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분양 당시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당시 회복세를 보이던 주택시장 분위기로 인해 완판됐다.
지금은 상황이 반대다. 각종 주택 관련 지표가 ‘하향’을 가리키고 있고 주택 자금 대출도 쉽지 않다. 금리 상승 전망이 지배적이고 대출관련 규제가 점점 빡빡해지고 있다.
물론 본격적인 청약 일정이 남아있어 이문 아이파크 자이의 최종성적표는 미지수다. 하지만 결과는 중요하다. 현 주택 수요자들의 ‘거래심리’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측정 수치가 될 수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공급 불안과 고분양가 추세가 집값의 하방 경직성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를 틈타 배짱 분양가가 산정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센터장은 “공급가격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분양가가 높아져 분양 가격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주택 수요자들은 입지와 분양가를 따져보고 자금 여력에 맞는 청약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