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슈로 전국이 난리가 났다. 대한민국 전체 행정체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좋다. 대한민국이 더 좋아진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그 명분은 산업발전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높아질 국민 생활의 향상이 돼야한다. 과정도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한다. 그런데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 총선 표심을 의식한 정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작부터 인간의 욕망을 건드린 불순한 이기심이라고 느껴져 답답할 뿐이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불쑥 ‘김포구’를 들고나왔다. 김포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간담회’에서 “시민 의견을 모아 절차를 진행하면 공식적으로 서울시에 편입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진하던 경기남북도 분도 정책에서 김포는 애매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경기북도 편입이 유력했다. 그러자 ‘차라리 서울이 낫다’는 지역 담론이 형성됐고 김병수 김포시장이 집권여당 대표에게 이를 전달했다. 5호선 연장 등 교통불편 민원을 곁들이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고양, 부천, 구리, 광명, 하남, 남양주 등 서울과 맞댄 경기도 각 시가 모조리 ‘우리도 인서울’을 외치면서 ‘메가 서울’로 이슈가 바뀌었다. 그러자 과거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하다 올 2월 무산된 경험이 있는 부울경 지역은 성명까지 내며 극렬히 비판했고 경기도지사는 중국 출장 중에도 “선거용 정치쇼”라고 강도 높게 반대했다.
이제는 한술 더 뜬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7일 긴급히 꾸린 뉴시티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열고 “서울·부산·광주의 3축 메가시티, 대전·대구를 잇는 초강력 메가시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으로 메가시티론(?)을 확장한 것이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제시했던 ‘5극3특’ 초광역 메가시티 비전을 내세우며 “국토 편 가르기에 나서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5극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3특은 강원·전북·제주특별자치도를 말한다.
내년 4월 총선만 없었어도 ‘시민을 위한 당론’이라는 주장을 믿어주겠다. 집권여당이 불을 지폈고 ‘땅값이 오른다’는 인간의 욕망에 불이 붙었다. 경기도 각 시로 그 불은 옮겨갔고 이를 견제해야 할 야당조차 비난을 하면서도 지난 ‘5극3특’을 들이밀며 은근슬쩍 발을 걸치고 있다. 결국 야당 역시 수도권이 표밭인 터라 조심스럽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매한가지다.
일련의 과정에서 선행돼야 할 명분이 없다. 김포시의 서울편입에 대한 타당성 조사와 경제적 득실, 산업효과 등이 전제돼야한다는 명제가 빠졌다. “전 세계가 현재 메가시티의 흐름”이라는 이유는 뜬금없다. 이제부터 논의를 해보자는 얘기인데, 지금이 그럴 때가 아니다. 행정 구역 개편은 논의 과정을 차분히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며 진행해야한다. 이렇게 급박한 이슈몰이로 소모적인 정쟁을 할 이유가 없다.
2023년 11월 대한민국이 마주한 미래가 녹록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가장 빠른 고령화는 생산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는 확정된 미래다. 출산율 회복의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 심지어 내년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1.7%라고 한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에도 연평균 7%가 넘었고 2000년대 4%대, 2010년대 3%대로 떨어졌다. 마이너스 성장의 시대가 코앞에 들이닥쳤다. 부동산 버블로 천정부지 쌓인 가계부채는 IMF가 경고하고 있고 물가는 계속 치솟고 있다. 올해 국내 식료품·비주류 음료의 물가는 5% 이상 올랐다.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를 넘겼다. 10월 도시락 판매액은 전년 대비 수백% 폭증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확전 양상이다. 이란이 참전하면 유가 급등으로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곡성의 대사가 생각난다. “지금 뭣이 중한디?”
권기범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