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나이 40을 ‘불혹(不惑)’이라고 한다. 불혹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100세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재무설계에 있어서 불혹은 본인과 배우자의 노후생활보장과 가족을 위한 가족생활보장을 흔들림 없이 준비해 놓은 상태를 의미한다. 40대는 수입과 지출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다. 소득이 늘지만 자녀 교육비 부담이 크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 축의금, 경조사비 등도 많아진다. 또한 위아래 세대를 모두 부양하는 경우가 많아 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40대에는 어떻게 재무설계를 해야 할까?
첫째, 지출 관리를 꼼꼼히 하고 낭비를 줄여야 한다. 현재 지출과 수입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용카드 사용내역보다 생활비 지출이 더 크다면 현금 지출이 많은 것일 수 있다. 이 경우 체크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하고 한도도 조절해 보도록 하자.
둘째, 대출관리도 중요하다. 주택마련 등을 위해 은행 대출을 받는 경우 주거래은행을 이용하거나 같은 계열사 신용카드를 활용하면 금리를 할인 받을 수 있다. 또 승진, 사업소득 상승 등으로 신용상태가 호전됐다면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 대출 상환에만 올인하지 말고 저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셋째, 금융환경에 맞는 자금운용을 하도록 하자. 장기적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안정성만 너무 고집하다 보면 투자수익률이 떨어져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칠 수 있다. 채권형, 주식형 상품 등 투자 포트폴리오를 적절하게 구성하는 게 합리적이다.
넷째, 노후 대비도 미리 해야 한다. 불안한 노후는 나와 가족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에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려면 젊을 때부터 소액이라도 연금을 준비하도록 하자. 국민연금, 퇴직연금을 통해 1층과 2층 보장을 탄탄히 하고 여유가 있다면 개인연금을 활용해 추가 보장을 해야 한다.
최근 금리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저금리 시대임으로 예금만 고집하기 보다는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변액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변액연금은 적립금 중 일부를 주식, 채권 등 펀드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시장상황에 따라 보다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원금손실 우려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에는 이런 변액보험의 단점을 보완한 상품도 나왔으니 이를 활용하는 게 좋다.
다섯째, 사망과 같은 중대한 위험에 대비하도록 하자. 40대라면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관리와 위험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암과 같은 중대질병에 걸리면 긴 치료기간과 많은 치료비용이 필요하다. 가장이라면 이러한 때를 대비해 CI보험, 암보험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보장성보험은 나이가 많으면 보험료가 오르고 건강상의 이유로 가입이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젊고 건강할 때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종신보험을 통해 갑작스런 사망 시 유가족의 생활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출시된 종신보험은 가장의 경제활동기에는 사망보장을 받고 은퇴 후에는 사망보장금을 줄이는 대신 이를 노후생활비로도 활용할 수 있다. 보험료가 부담된다면 가장의 경제활동기 동안 보장받는 정기보험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재무적인 준비뿐만 아니라 건강, 취미, 인간관계 등 비재무적인 준비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은퇴 연령은 54세 안팎으로 추정된다. 은퇴 후에도 30~40년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은퇴는 인생 2막의 시작이다. 은퇴(Retire)가 인생의 종착점이 아니라 ‘타이어를 새로 갈아끼운다(Re-Tire)’는 마음가짐으로 미래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