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각각 지난달 24일과 25일 중고차시장에 뛰어들었다. 3주가량 지나면서 시장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15일 현대중고차 애플리케이션에는 아반떼 CN7(20대), 소나타 DN8(16대), 그랜저 IG·GN7(44대), 팰리세이드(39대) 등을 판매 중이다. 구체적으로 차량들을 살펴봤더니 신형 모델에 집중돼 있다. 타 중고차업체에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소나타 디엣지(2023년식) 모델을 16대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중고차는 구체적인 차량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오감으로 경험하기’ 메뉴를 통해 타 업체와의 차별성을 나타냈다. 엔진음 듣기를 비롯해 하부 상태 및 누유 여부, 타이어 마모도, 차량 공기질까지 공개해 발품을 팔지 않고도 구체적인 차량 상태 파악이 가능했다. 물론 구체적인 차량 상태를 확인하려면 실제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최대한의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 업체는 차량 사진 및 사고 유무가 담긴 차량 성능지, 차량 설명에만 그친다. 더 나아가 누유 및 엔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 매장 방문 뒤 공업사로 차량을 이동해 리프트로 띄워 하부를 확인해야 하는 과정을 걸쳐야 한다. 일부 업체는 결함을 숨기거나 허위매물 등의 행태를 보여 도매금으로 욕을 먹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신차 출고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 이내의 차량만 매입한다. 여기에 현대차 272개 제네시스 287개의 항목의 품질검사를 실시한다. 외관 역시 판금, 도장, 광택의 과정을 진행해 신차 버금가는 컨디션을 완성했다.
김지민 기아 국내사업전략실 상무는 “국내시장에서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려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선상에 있는 중고차부문 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라며 “우수한 품질의 인증증고차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 기아 브랜드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도를 한층 더 높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비싼 감이 있다. 신차에 가까운 최상의 컨디션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신차 가격과 별반 차이 없는 가격대다. 그렇다 보니 중고차의 장점인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돈을 더 보태 신차를 구입하는 게 낫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기존 중고차시장의 타격은 크다. 이날 경기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경기 수원지역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10월 마지막 주 40명, 11월 첫 주와 둘째 주 각각 127명과 31명의 판매상이 중고차 시장을 떠났다. 또한 대전시 등에 따르면 올들어 폐업과 휴업을 신청한 업체가 각각 23곳과 10곳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독식을 막는 판매량 제한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권고안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고차 판매량은 전체 시장 점유율 2.9∼4.1%로 정해놨다. 내년 4월까지는 점유율 2.9%, 2025년 4월까지는 점유율 4.1%를 넘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결국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중고차 판매상은 “점유율을 설정해놨지만 매년 비중이 늘어가기 때문에 영세업자인 중고차업체의 몰락은 뻔하다”고 내다봤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