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영의 유통시그널] 농심·삼양·오뚜기 날았다…‘K라면’ 전성시대

 매운맛 신라면이 K라면의 시작을 알렸다면 영화 ‘기생충’의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열풍이 본격적인 유행을 열었다. 여기에 챌린지로 시작해 매운맛의 매력을 화끈하게 전파한 불닭볶음면의 가세로 전 세계가 ‘K라면’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첫 수출 1조원이라는 기록을 거뒀다.

 

 20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10월 라면 수출량은 20만1363톤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3.9% 늘었다. 올해를 두 달 남은 시점에서 지난해 연간 수출량(21만5953톤)을 고려하면 사상 최대치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량도 2015년부터 9년 연속 기록을 갈아치운다.

 

 1월∼10월 라면 수출액은 7억8525만 달러로 원·달러 환율(1300원)을 적용해 1조208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24.7% 증가한 수치다. 라면 수출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최초다. 올해 연간 수출액은 약 1조2000억∼1조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1억7445만 달러)이 가장 많고, 미국(1억700만 달러), 일본(4866만 달러), 네덜란드(4864만 달러), 말레이시아(3967만 달러) 순이다. 아시아, 미주뿐 아니라 중동 국가에서도 인기가 뜨겁다.

 

 수출량이 전부가 아니다. 관세청 통계는 국내에서 생산한 라면의 수출량을 의미한다. 외국에서 직접 생산에 판매되는 수량을 더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농심은 미국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현지에 직접 판매하고 있으며 팔도는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올해 1∼7월 라면 누적 수출액이 동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5억2천202만9천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관광객 대상 라면 판매점. 2023.09.01. kgb@newsis.com

 국내 라면 업체들의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로 예상됐던 결과다. 농심의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9% 증가한 557억원으로 매출은 5.3% 오른 8559억원, 순이익은 76.9% 증가한 500억원을 기록했다.

 

 ‘불닭볶음면’으로 K라면의 붐을 일으킨 삼양식품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도 43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24.7% 늘었다. 매출은 분기 사상 최대치인 3352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약 72%인 2398억원이 해외 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도 ‘K라면’ 열풍에 불을 지폈다. 라이브 방송에서 멤버들이 매운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정국의 ‘불그리(불닭볶음면+너구리)’ 레시피도 유행을 탔다. 불닭볶음면은 방탄소년단의 인기에 힘입어 뷔가 출연하는 tvN 예능 ‘서진이네’에 메인스폰서로 참여해 브랜드를 알렸고, 멤버 진이 공식 광고 모델로 나선 오뚜기 진라면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오뚜기의 3분기 영업이익이 830억원으로 작년동기보다 87.6% 증가했고, 매출은 9087억원으로 10.6% 늘었다.

 

 극강의 가성비, 든든한 한 끼를 채울 수 있는 라면. 이제 한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한 끼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한국 인스턴트 라면이 탄생한 지 60년이 되는 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한국 라면은 1963년 9월 15일 삼양라면이 첫 출시하면서 그 역사를 시작했다. 식사 대용품이었던 라면은 이제 수출 효자 품목으로 거듭났다. K콘텐츠만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라면이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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