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2030 엑스포 개최 실패...사우디의 벽은 높았다

-회원국 총회투표 162표 중 29표...사우디 리야드가 119표
-한덕수 국무총리 “기쁜 소식을 드리지 못해 안타깝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대한민국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 모인 시민들이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하자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제공 

 끝내 역전드라마는 쓰지 못했다.

 

 대한민국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부산은 29일 오전 프랑스 파리의 ‘팔레 데 콩코드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투표에서 총 165표 중 29표를 받는데 그쳤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119표를 얻어 개최지로 확정됐다. 리야드는 투표 회원국 중 3분의 2인 110표 이상을 획득해 결선 투표 없이 개최지가 됐다. 함께 경쟁한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받았다.

 

 한국은 1차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가결 정족수를 넘지 못하게 막은 뒤 2차 투표까지 끌고가 이탈리아 표를 흡수하며 사우디를 역전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불발됐다.

 

◆‘오일머니’ 사우디의 벽은 높았다

 당초 부산은 최대 경쟁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보다 1년 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에 외교가와 재계 안팎에선 불리한 싸움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사우디는 최근 2034년 FIFA 월드컵 개최지로 확정되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또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의 친중 성향으로 인해 중국의 강력한 지지를 업고 있고, 아랍권 국가들을 대상으로 19개의 24시간 아랍어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등 중동권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막강한 오일머니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결국 부산은 사우디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프랑스 파리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인류 대전환을 위한 협업 파트너로서 대한민국’을 주제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는 결과가 발표된 후 “민관이 하나되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였으나 기대하고 염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국민 여러분과 부산 시민들께 기쁜 소식을 드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한국을 지지해준 회원국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유치과정에서 약속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차질없이 실행해나갈 방침이고, 글로벌 외교 네트워크 역시 대한민국의 국익과 경제를 받치는 국가자산으로 계속 관리·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시민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BIE실사단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며 한마음으로 노력해왔다”며 “부산 시민들의 꿈이 무산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2035년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에 다시 도전할 것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부산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의 땀과 눈물과 노력과 열정을 기억하고 도전하는 한 우리는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29일 오전 프랑스 파리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부산을 소개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여정

 2030 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3시간 여 앞둔 현장, 대한민국은 최종 경쟁 프레젠테이션(PT)를 통해 부산을 어필했다. 한국은 가장 먼저 20분 간의 발표에 나섰다. 박형준 부산시장을 시작으로 나승연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 최태원 SK그룹 및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차례대로 연단에 올랐다. 모두가 부산의 매력을 강조하면서 어려운 시절을 극복한 한국이 부산 엑스포를 통해 국제사회에 보답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프랑스 파리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연단에 오르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국은 부산 유치를 위해 온 힘을 다해왔다. 2019년 국가사업 확정 이후 유치위원회는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효과적인 대외유치교섭 전략을 검토했고, 직접 유치교섭단 등을 파견해 지원했다. 특히 정부와 민간, 국회와 힘을 모아 범국가적 ‘코리아 원 팀(Korea One Team)’으로서 전방위적 유치 교섭을 실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각종 국제행사 등에서 90여개국, 500명 이상 인사를 만나 유치를 호소했고, 정치권과 각 부처도 최선을 다했다. 기업 최고위층의 유치활동과 인프라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홍보의 노력도 끊임이 없었다. SK, 삼성, 현대, LG, 롯데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은 올해 바쁘게 해외를 오가며 부산엑스포를 적극 응원했다. 그동안 정부 인사와 기업인들이 유치 활동을 위해 이동한 거리는 무려 1989만1579㎞, 지구 495바퀴에 이르렀다.

 

권기범 기자 polestar17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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