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산업계의 주요 이슈는 하림의 행보다. 전북 익산의 육계 농장으로 시작한 하림이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 HMM(HYUNDAI MERCHANT MARINE·현대 머천트 마린) 을 6조4000억원에 인수하며 재계 순위가 기존 32위에서 13위로 뛰어올랐다.
HMM의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을 선정했다. 지난 19일 하림그룹은 이번 HMM 인수를 위해 꾸린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지난 18일 경영권 매도인 측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림그룹은 2015년 JKL파트너스와 함께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인수했다. 팬오션은 연간매출이 2015년 1조8000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6조42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성공적인 경영 사례가 이번 인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입찰 가격을 비롯한 구체적인 입찰 내용과 세부 협상조건 등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JKL컨소시엄이 본입찰에서 약 6조4000억원에 달하는 가격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림그룹 측은 “본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벌크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안정감 있고 신뢰받는 국적선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으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수급 및 가격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하림그룹 오너 2세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림과 JKL컨소시엄을 꾸린 JKL파트너스엔 창업주 김홍국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 엔에스쇼핑(NS쇼핑) 이사가 시니어매니저(수석운용역)로 근무 중이다. 사실상 인수전의 키맨 역할을 맡으며 인수를 주도한 셈이다. 김 이사는 누나이자 김 창업주의 장녀인 김주영 하림지주 상무와 함께 그룹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하림은 김홍국 회장이 1978년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 세운 ‘황등농장’이 모태다. 업계에선 황등농장을 통해 육계사업에 진출한 지 45년 만에 재계 10위권 기업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컨테이너 시장에서 HMM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3%다. 경쟁력을 높여 세계 8위에서 5위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