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 홍모(34)씨는 점심 식사 메뉴를 고민하다가 구내식당으로 발을 돌린다. 최근 가격이 올라 6000원대이지만 밖에 나가 사 먹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식사 메뉴도 영양사 설계에 따라 매일 바뀌고 멀리 나가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점도 구내식당의 장점이다. 다른 구내식당보단 가격이 비싼 6000원대이지만 홍 씨는 편리하고 비교적 저렴한 구내식당을 계속 이용할 생각이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외식을 피해 구내식당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지만 구내식당 가격도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해 오락·문화 활동 물가도 27년 만의 최대 폭으로 상승하면서 직장인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구내식당 식사비 소비자물가지수는 116.01을 기록해 전년 대비 6.9% 뛰었다. 지수 상승률은 구내식당 식사비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1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상승률은 2020년 2.6%에서 2021년 4.1%, 2022년 4.2%로 뛴 데 이어 지난해엔 7% 가까이 올랐다.
특히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보다 1.9배 올라 그만큼 구내식당 부담이 높아졌다. 다른 먹거리 지표인 전체 외식(6.0%), 가공식품(6.8%) 물가 상승률보다도 더 높다.
이처럼 구내식당 식사 부담이 커진 것은 식단가가 인상하면서 구내식당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외식 물가가 치솟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지만 구내식당 식사 부담도 만만치 않게 됐다.
식사비 부담을 줄일 대체제로 거론되는 편의점 도시락 물가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편의점 도시락 물가 상승률은 5.2%로 전년(2.1%)의 2.5배 뛰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외식 물가가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관 구내 식당업의 매출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편의점 간편식도 고물가 대응하는 측면에서 급식업과 같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인다”고 말했다.
오락 및 문화 물가도 구내식당 식사비 물가만큼 상승해 부담이 더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오락 및 문화 물가지수는 107.07(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이는 1996년(3.9%)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오락·문화 물가에는 노래방·놀이시설·피시방 등의 이용료, 영화·공연예술 등의 관람료, 컴퓨터·서적·TV 등의 가격이 포함된다. 품목별로 태블릿PC 등 휴대용 멀티미디어기기(17.9%)가 가장 많이 올랐다. 운동경기 관람료(10.2%), 해외 단체 여행비(9.1%), 사진 서비스료(7.6%), 노래방 이용료(7.2%) 등도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놀이시설이용료(6.0%), 공연예술관람료(5.6%), 문화 강습료(5.5%) 등도 5% 이상 올랐다.
이처럼 지난해 식사비, 오락·문화 물가 등이 최대 상승률을 보이면서 고공행진했지만 직장인들의 월급 인상률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은 394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특히 물가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4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떨어졌다.
올해 경기 전망도 밝지 않아 직장인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질 전망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024년 경기 및 직장 내 고용관계 변화’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45.3%가 올해 정리해고·구조조정·고용형태 악화·임금 삭감 등을 경험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국내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65.5%에 달했다.
최혜인 노무사는 “더 취약한 고용 형태, 더 작은 사업장, 노동조합 밖의 노동자일수록 경기 침체를 몸소 느끼고 있다”며 “경제 위기나 코로나19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일자리가 위태로워졌던 경험의 반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