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브라질을 중남미 사업의 거점으로 키운다.
22일(현지시각)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을 방문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만나 오는 2032년까지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전기차와 바이오연료 기반 하이브리드차 출시를 늘려 현지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를 선도하는 동시에 수소와 첨단항공모빌리티(AAM), 소형모듈원전(SMR) 등 미래 사업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 정부의 세제 개혁과 투자 환경 개선 등을 강조하면서 "친환경 수소 분야와 기술 등에 투자할 현대차는 브라질에서 성장하고 있는 중요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의선 회장은 "친환경 에너지원을 연구하고 발전, 적용하기 위한 브라질 정부의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며 "수소 및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이 기여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화답했다.
◆전기차 투입 확대·하이브리드 개발 추진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모빌리티 경쟁이 격화하는 브라질 시장에서 전동화를 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모델인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 기아의 EV5 등을 브라질 시장에 투입한다.
또 브라질 정부가 탈(脫)탄소 부문에 투자하는 자동차 제조사에 감세 및 보조금 혜택을 주는 '그린 모빌리티 혁신(MOVER)' 프로그램 대응을 위해 에탄올이나 메탄올-휘발유 혼합 연료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용 파워트레인도 개발한다.
현대차그룹은 브라질을 중심으로 중남미 지역 수소 사업도 강화한다. 현지 상용차 시장에 수소 트럭을 보급하고,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급 등 신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말 브라질 현지에 중남미지역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위해 전기차, 수소차를 아우르는 빠른 전동화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수소 에너지는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수단이자 전동화를 보완하는 중요한 자원"이라고 언급했다.
◆AAM·SMR 협력 추진
정의선 회장은 이날 룰라 대통령과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사업 중 하나로 추진 중인 AAM과 안정적인 발전원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SMR 분야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은 AAM 기술 내재화 및 시장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 AAM 독립법인 슈퍼널을 설립해 운영 중이며, 2024 CES에서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AAM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선보였다.
차세대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SMR 분야에서도 독자 기술력 확보와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의 원전 전문기업인 홀텍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미국의 첫 상용화 SMR 설계에 참여 중이다.
정 회장은 "AAM이 브라질 교통 환경에도 적합한 미래의 교통수단이라고 확신한다"며 "SMR 분야에서도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선 회장은 23일(현지시간) 타르치시오 드 프레이타스 브라질 상파울루주 주지사를 면담한 뒤 현대차 브라질 공장을 찾아 연산 20만대 규모의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중남미 사업 현황과 중장기 친환경 모빌리티 전략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