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증가세가 뚜렷한 가운데 정부 정책에 따른 분양가 상승 조짐도 보이고 있어 주택 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대전광역시의 경우 올해 중 평당 분양가가 2000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KOSIS에 따르면 지난 2월 대전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724만6,000원으로 2020년 2월 1200만6000원 대비 약 44% 올랐다. 지난해 동월(1558만원)과 비교하면 약 11% 상승, 수도권 및 지방광역시 중 가장 많이 상승했다.
전국적인 분양가 상승 곡선은 비단 대전 뿐만 아닌 전국적인 현상으로 물가 및 공사비 증가에 따른 것이지만 여전히 대다수 시공업계는 분양가의 증가세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3년 간 공사비가 약 30% 올랐지만 이를 그대로 분양가에 반영시 수요자들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쉽사리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조합과 시공사 갈등이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분양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산재해 있어 주택 수요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정부에서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된 이 정책에서 정부는 물가 상승분 적정 반영, 건설공사 단가 현실화, 신탁방식 활성화 및 전문가 선제 파견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현행 층마다 2% 할증을 동일 적용하던 공공공사비를 층별 2~5% 차등 적용하고 민간참여 공공주택 공사비를 지난해 대비 약 15% 상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공사비에 물가 상승분이 적정 반영되도록 물가 반영기준도 조정한다.
부동산업계는 불과 4년 만에 평당 1000만원대 초반에서 후반으로 분양가가 급증한 대전 부동산시장에서 해당 정책이 반영돼 공사비 상승분 적용이 될 경우 올해 평당 2000만원대 아파트가 우후죽순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사이에서는 올해를 버틴다고 해도 내년 분양가가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당장 내년부터 적용 예정인 민간 공동주택에 대한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의무화 제도가 장기적 공사비 증가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ZEB는 단열성능의 극대화로 에너지 요구량을 최소화하는 한편 태양광 설비 등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 건물의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을 의미한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공동주택에 대해서 에너지 자립률 20~40%인 5등급 수준을 의무화할 예정이었으나 건설경기 악화 등의 현실을 감안, 기업활동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내년으로 유예했다.
업계는 경제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경우 ZEB 인증 의무화 제도가 재차 유예될 가능성도 일부 존재하지만 친환경에 대한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만큼, 반드시 시행될 정책이라는 점에서 향후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ZEB 인증 의무화 건축물은 친환경적이고 장기적으로 관리비 저감 등 장점이 분명하지만 태양광 패널 등의 사용으로 빛 공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건설업계는 ZEB 인증 문제로 공사비가 최대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 관리비 절감도 결국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선 기자